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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얼굴, 그리고 얼굴. 은폐와 드러남.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난 얼굴에 할 말이 많다. 오랫 동안, 인물사진을 찍어왔던 작가라서보다도 색다른 이력때문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사진작가이면서 포토테라피스트! 할 말이 많다는 것은 많이 알던가, 관심이 많던가이다. 나에게 심리란 나 자신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번지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으며 얼굴의 외면보다도 표정이 만들어진 이유에 대해 파고 들게 되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연구보다는 사유를 하기 시작했다. 얼굴은 무엇이며,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만의 방식으로 얼굴을 바라보았다.

샘플로 자신의 얼굴만한 독창성도 없다. 얼굴처럼 타인과 비교할 수 있는 것도 없다. 얼굴은 눈코입을 하나씩 인지하지 않고, 전체를 하나의 패턴으로 인식한다. 도장을 찍어내 듯, 그 구성에 의하여 다름을 인지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있다. 화가 앞에 가름막을 치고 자신의 얼굴을 설명하고 화가는 그 설명에 따라 그림을 그렸다. 결과는 설명보다 화가가 그린 얼굴이 부정적으로 그렸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자신의 얼굴에 대해 타인과 비교하며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생 동안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명확하게 자신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얼굴이 그렇다.

얼굴은 은폐와 드러냄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숨겨진 얼굴 속에 수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얼굴이든 자신이든 인간은 자신을 대표함에도 불구하고 잘 모른다는 사실. 얼굴과 나는 아는 것으로 착각할 뿐 위대한 철학자들도 자신의 일부만을 찾았다는 사실. 사진가인 내가 얼굴이며, 내면의 심리에 관심을 가지고 꾾임없이 사유하는 이유는 그 무한 가능성 때문이리라. 내가 이 사유의 장을 확장하고 지속할 수 있는 일은 직업으로의 사진과 심리를 놀이라는 장르로 끌어드리는 길 밖에는 없다. 나에게 사진은 놀이이다. 얼굴 속에 담겨진 비밀을 찾아 놀이에 빠져있다.


얼굴, 그리고 얼굴. 은폐와 드러남.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