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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온양 방문, 터미널에서 기차역까지 걷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온양온천은 지금도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었다. 신혼여행지! 많은 이들의 앨범 속 신혼여행의 사진에는 한복에 가방을 든 신랑 신부의 모습이 담겨있다. 기념촬영의 배경으로 온양온천이 나온다. 제주도까지는 못가던 충청도 사람들이 갔던 곳이다. 터미널과 역은 걸어서 30-40분 정도 걸렸다. 다행인 것이 골목으로 걸어오며 과거스런 사진들을 담았다. 

길가에 빌딩사이로 당당하게 함석집이 있었다. 집앞에 큰 화분이 눈에 끌렸다.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꺼내드니 집이 보였다. 기와집이 아닌 함석집. 함석이나 스레트집은 내가 살던 시골에는 많았었다. 옆집이 헐리고 건물이 올라가는데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주인이 고집스럽게 이곳을 지키고 싶었던지 아니면 세상물정을 모르던지 둘중 하나다.

골목길로 들어갔다. 마당이 넓은 집이 하나 있었다. 건물을 지으면 회사 사옥하나는 족히 나올거다. 마당인지 텃밭인지는 구분이 안갔지만 전봇대와 담벼락으로 담쟁이 넝쿨이 서커스를 하듯 칭칭 감고 올라가고 있었다. 담쟁이 넝쿨이 감싸고 올라가니 전봇대는 나무가 되었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듯했다.

학교를 지나는데 운동회를 하는지 옹기종기 모여앉아 학부모들이 음식을 먹고 있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애들 운동회에 어른들이 좋아 난리다. 담장에 그려진 꽃잎에 담쟁이 넝큘이 진짜인 줄 알고 달라들고 있었다. 대단한 화가의 그림이었다. 자연까지도 속인 걸 보면 말이다. 

가로등에 걸린 꽃바구니, 아직 가로등은 불을 켜지 않았다. 우연히 행인이 지나갔다. 내 아내다. 각본은 아니었다. 사진찍는 걸 무시하고 지나갔는데 그림이 되었다. 익명의 행인, 나는 그녀를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사실, 의미있는 것은 초상권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ㅋㅋ

연등이 불을 켜듯 역광의 실루엣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어느 절이란 명칭대신 연합회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은행나무 사이로 묶어 놓은 연등은 누군가의 염원을 들어줄 태세였다. 일때문이었지만 여행스럽게 애써 대중교통까지 이용했던 것은 여행의 의미를 스스로에게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뜨거운 햇살이 기분좋게 다가온 것은 내가 그들과 마주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온양 방문, 터미널에서 기차역까지 걷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