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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Therapy/photo play - 더불어 함께 함

그날 파티에 있었던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얼하나?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괜찮은 삶이란 무엇일까? 인간은 이런 <질의와 응답>으로 세월 다 보낸다. 철학자나 우리나 멍때리기는 마찬가지다. 답은 놀때 잘 노는 거다. 남들 노는데 <이런 짓을 왜 하지?>라고 고민하는 건 <깨는 짓>이다. 송년회를 빙자해 한바탕 논다. 가면파티? 아니다. 의상 컨셉을 정하고 메이크업하고 노는 거다. 놀기만하면 거시기하니 사진을 찍는다. 서로 찍어주는 거다. 스스로에겐 자위를, 상대에겐 칭찬을. 모두는 up된다. 이렇게 파티는 무르익어간다. 

카메라를 든 사람이나 고개를 쭈욱 뺀사람들. <찍을 거리>, <볼 거리>를 찾는 중이다. 변신의 디퍼런트. 특히 이런 파티에선 그렇다. 재미난 사실은 다른 사람보다 자기가 <더 예쁠 거란 거대한 기대>를 한다는 것이다. 일상이 아닌 변신의 상대를 찍느라 모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이런 재미난 놀이도 없다.

화장을 하고 사진을 찍는다. 거울에 나온 모습은 만족이다. 남기려는 것이다. 간직하며 위안을 삼으려는 것이다. '내가 그날 제일 예뻤다는 자뻑의 증거물' 말이다. 화장할 땐 여자들이 눈을 감는다. 지금보다 더 괜찮을 기대와 상상 때문이다. 잠시후를 그리는 것이다. 그 가상이 화장 후 자신을 더 괜찮아 보이게 해준다. 말은 <자기가 나보다 더 예쁘다.>라는 영혼없는 멘트를 날리지만 자신이 더 예쁘다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면 남을 칭찬하지 않는다.

Highlight. 서로 매만져준다. 아름다운 광경이다. 이 과정 전에 한가지가 빠져있다. 개인 프로필 사진을 찍는 거다. 가면을 쓴 그들을 찍다가 깜짝 놀란다. 이유는 가면을 쓰니 화장한 얼굴보다 두꺼운 팔뚝이나 통통한(뚱뚱한 이란 말을 쓰면 싫어함) 종아리와 허벅지로 시선이 옮겨진다는 사실때문이다. 바로 가면을 벗고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놀라운 일이다. 내 카메라에 들어온 그들은 예뻤다. 정말이다. 예쁜 이유는 그들의 자신감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찍었기 때문이다. 생각대로 보이고, 보이는대로 찍힌다. 사진의 힘이다. 괜찮은 사진은 그들을 괜찮은 여자로 만든다.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여자들은 백마탄 왕자를 기다린다. <신데렐라 정도의 말도 안되는 꿈>도 꾼다. 그들에겐 위안이며 그나마 지금까지 버텨온 힘이다. 착각은 자유지만, 그 착각이 지금의 그녀를 만든 힘이다. 착각은 괜찮은 일상의 필수조건이다. 본 모임에서 깨달음이 하나 있다. 화장을 하거든 가면을 벗어라. 화장하면 다 이쁘다. 처진 눈의 중년에게는 특히 그렇다. 눈썹을 붙이면 처진 눈이 올라가 10년은 젊어 보인다. 모든 것이 용서되는 찰나이다. 기분 업, 표정 업! 여기에 고상하게 와인 한잔이면 다른 세상이 된다. 백마탄 왕자와 블루스를 땡기는 자신을 발견한다.


끝은 이렇다. 참말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이다. 와인 잔을 들고 건배하던 시간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고상하던 파티가 끝나자 세련된 식탁으론 배를 채울 수 없다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한다. 마지막 사진이 인간의 원형을 보여준다. 웃고 떠들고, 사진 찍고 놀면 당연히 배고프다. 애나 어른이나 똑같다. 라면을 끓인다. <싸모님은 어딜가고 무수리>들이 앉아 수다를 떨고 있다. 괜찮은 삶이란 격식보다 소소함이 존재하는 이런 일상이 아닐까? 인생 뭐 있나.

그날 파티에 있었던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얼하나?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