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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사람을 말하다

김치 명인, 윤희숙의 <그릇 위에 그린 그림>.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김치가 참 좋다. '참'이란 말을 쓸 정도로 정말 좋다. 길게 썬 알타리 김치 두쪽이면 밥한그릇이 뚝딱이다. 설익은 건 덜 익은대로, 폭삭익은 건  쉰맛이 좋다. 돼지목살을 넣은 김치찌게는 냄새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더라. 떡보다 인간의 심리가 잘 담긴 말이다. 맛있게 본다는 건 잘 먹겠다는 다짐이다. 의지의 표명이다. 맛에 대한 확신이다.

형태, 색깔, 질감 등은 사물을 판단하는 조건이다. 본 작품은 사진작가의 시선을 통과한 조리기능 명인 윤희숙 교수의 작품이다. 음식에 대한 깊은 철학의 소유자이다. 음식을 단순히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예술로의 승화>라 하겠다. 

그릇에 그림을 그리다. 차려진 음식을 보자 군침이 돈다. 식탐보단 작가의 열정이 발동한 것이다. 비주얼이 죽여준다. <한땀 한땀>이란 말이 저절로 흘러 나온다. 명인의 말이다. 접시에 음식을 차려놓기보다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다! 생각을 정리하고 붓칠을 한다. 배추김치, 알타리김치, 뭐 할 것없이 다양한 음식들이 그려진다. 붓을 내려놓는 순간 접시에는 맛난 음식이 눈에 띈다. 

"입동때 날씨가 푹하지 않으면 그해 겨울바람이 매섭다고 한다. 일찍 김치를 담았다 .이를 '초련김치' '초련김장'이라 불렀다.
입동때 담은 김치가 가장 맛이 좋다는 옛 말이 있다. 이 시기의 온도가 0~4도 이기때문에 김치의 숙성도가 매우 좋은 시기이다."  윤희숙 교수의 말이다. 인간이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온 지혜를 담은 글이다.

절제를 말하다. 채소나 나물이 렌즈 안으로 들어온다. 빛을 준다. 누군가 사진을 보자 <절제>를 말한다. 삶에도 절제는 존재한다. 자연 그대로의 색, 그 질감, 그리고 그 모양이라. 가감없이 보여주는, 그러나 절제된 모습이다. 사진은 조심스럽게 미묘한 차이를 의식하며 찍는다. 암부는 어둡우나 디테일을 살린다. 윤희숙 명인은 요리가 아닌 음식을 그리고 있다. 사진명장은 그 위에 덧칠을 한다. 둘이 하나가 되어 새 생명을 완성한다. 


김치 명인, 윤희숙의 <그릇 위에 그린 그림>.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