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백승휴 칼럼/Photo Essay

고향풍경, 가을걷이와 김장하기.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농부는 안다. 농사는 뭐든 단숨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안다. 농부는 오로지 농사를 통해서만 삶을 이해한다. 농사는 사냥이 아니다. 공들이고, 때를 기다리고, 그 결실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자신이 뿌린 씨앗의 댓가를 개념으로 이해한다. "뿌린대로 거두리라." 두려움과 감사이다. 봄여름가을겨울은 하나다. 한묶음이다. 반복처럼 보이지만 각각의 성장이다. 농부에게 일년은 시간이 아니다. 깨달음이다.

들녘에선 일년을 수확한다. 김장이다. 김장하는 풍경이다. 배추김치, 동치미, 깍뚜기, 무생채다. 군침이 돈다. 참 좋은 김치! 먹어도 먹어도 또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김장을 한다는 건 겨울을 맞이하는 것이다. 맞이한다는 건 기대하는 것이다. 사진가의 객관적 시선이 찍은 김장하는 날이다. 프레임은 그날의 설렘을 담는다. 엉뚱한 배추 세포기, 목욕한 듯 깨끗한 무의 노출본능, 벽에 매달린 시래기의 쉼, 김장공장의 역할을 분담하는 사람들. 김장이 아니다. 사진은 고향이며 가족을 담는다. 즐거움이다. 김치는 가족을 모으고 함께 웃게 한다. 김장철이 되면 정겨움도 함께 온다. 가족이 있고 고향이 있어 참말로 행복하다.

고향풍경, 가을걷이와 김장하기.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