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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관련/가족사진

시간은 가족을 하나로 만든다. (이숙영, 최상용)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세월은 흐른다. 냉정하게 흘러간다. 잡으려고 안간힘을 써도 소용없다. 2010년 찍었던 사진과 2015년에 찍었던 사진을 바라보며 시간이라는 사이를 대해 생각해 본다. 시간 속에서 아이들은 자라고, 어른은 나이를 먹어가고. 그래도 긍정할 수 있는 건 가족들의 여유로운 눈빛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가족사진은 분명 떨어진 가족들에게는 거리감을 좁혀주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위안이고 힘이다.

"우리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면서  동시에 이렇게 웃고 사는 날들이 얼마나 될까? 이 질문이 우문은 아닐 것이다.  오락한다고, 공부 안한다고, 잔소리만 한다고, 술먹고 늦게 들어온다는 서로의 불평 속의 수많은 사연들로 서로를 아파하게 한 날들.

하얀색 백그라운드에 하얀 웃음짓는 가족들은 카메라를 바라보고 의무적으로 웃다가 진정한 행복을 맛보았다고 했다."

윗 글은 5년전 블로그에 썼던 나의 서툰 글들이다. 감회가 새롭다. 시간과 공간의 교차 속에서 우리의 삶은 이동한다. 어떤 기억들을 안고 변화되는지는 각자에게 맡기고 사진은 바라봄의 의식임을 밝힌다. 이 사진이 5년 후, 또 다시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다른 세상 앞에 설 것이다. 이런 반복이 희로애락의 감정적 교차와 부딪히며 새로운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인간은 관계의 사이, 공간의 사이, 시간의 사이에서....

여러장의 가족사진을 찍었다. 그들은 이 사진을 골랐다. 사진의 선택은 가족간의 힘의 논리가 작용한다. 서로가 잘 나온 장면을 권하는 듯하지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자신의 이미지에 집중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내 경험으로는 그렇다. 그 가족의 사랑이 아무리 진하다 할지라도 자신이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견디지 못하는 습성이 인간에게는 있다. 하하하. 그걸 누가 탓하리오. 자신의 좋은 이미지를 가족과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귀여운 욕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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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들은 2015년 7월 큰 딸아이가 호주로 유학가면서 촬영한 사진이다. 


아빠는 말한다.
자신의 머리가 빠진만큼 아이들이 자란듯 하다고 ...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럽게 잘 자라준다면 빡빡 대머리가 되었던 들 어떠하리.
웃을때 보는 이를 위하여 억지웃음 짓지도 하나
이 사진에는 진솔한 그들만의  사랑이 숨쉬고 있다.
야무진 딸 해림이가 귀여움에 아빠를 사로잡고
둘째 성빈이의 수줍은 미소는 가족들을 즐겁게 한다.


갑자기 다정해진 누이의 몸짓에
성빈이는 당황스럽지만 멋진 사진을 위하여 포즈를 취하는 센스!
이런 굼실거리는 남동생과 발빠른 누나의 사이에는 항상 골탕먹는 남동생의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
싸움하며 정들면 뗄레야 뗄수가 없다.
그것이 피의 진정성이다.


여자는 때로 이렇게 내숭을 떨기도 해야한다.
강한 여자는 남성에게 매력이 없다. 수줍은 듯 박장대소를 표하는 아내의 웃음소리에
남편은 마냥 행복하다. 이것이 인생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아니던가?


사회생활을 네트웍이라 한다. 그러나 가족처럼 견고한 연결고리가 어디 있을까? 부여잡은 손가락 마디 마디 어디 한곳 예쁘지 않은 곳이 어디 있으며 애절한 사랑이 묻어나지 않는 곳이 어디 있을까?

엄마는 말한다.
"항상 옆에 있기에,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기에, 언제든 볼 수 있기에..
그렇기에 가족이라 생각했다. 숨 쉴 수 있는 공기처럼, 그냥 그렇게 항상 존재한다고 생각했었다. 내 가족을..."

그런데

" 말하지 않기에 때론 확인하고픈 것이 사랑 아니던가!
무형으로서의 ‘사랑’을 또 다른 ‘언어’로서 영원히 가슴가득 담을 수 있게 해준 시간이었다.
사진속의 우리 모습들이 서로에게 보여주고픈 사랑이었나 보다...

사랑스런 두 아이의 환한 얼굴, 웃는 모습, 즐거운 표정, 조금은 쑥스러운 몸짓..
그런 모든 것들을 행복하게 바라보는 아빠의 눈빛...

느껴본다... 가득... 가슴으로..."

엄마의 코끝 찡하는 목소리는 사진사의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나는 그래서 사진가인 나를 사랑한다.

얼마나 가슴속 깊은 곳에서 샘솟아 오르는 진솔함인가?
가슴이 뭉클함을 넘어서
함께 했던 시간들이 한순간에 모아서 그녀에게 손짓하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아흐! 나에게 소중한 것들이여!'



빛바랜 사진 한 장이 이 멜에 동봉되어 날라왔다. 15년전이라 했다.
광릉 수목원에서 지나가던 유치원아이들 세워놓고 박수치라고 했던
그때의 그 기억이 뇌리를 스친다.
열정 하나만으로 덤벼들어던 사진가의 삶이 이제는 사진으로
더욱 값진 이야기를 만들려고 맘을 굳게 먹었다.

아직도 거실에 걸려있다는 이 액자가 이들을 사랑으로 지켜왔던

큰 힘이 되었을 것으로 스스로에게 위안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