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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안면도에서 맞이한 아침.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안면도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그러나....
징검다리 연휴라서이지 교통이 복잡했다. 평소 2-3시간이면 가던 길을 6시간이나 걸렸다. 고속도로와 국도를 번갈아 곡예를 했건만 소용이 없었다. 도착하자마자 지글거리는 고기와 복분자주가 나를 반겼다.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갔다. 길가를 밝히는 가로등이 애처러워 보였다. 가을밤 싸늘한 공기탓만은 아니겠지. 나의 마음인가?
고뇌를 버티는 밤이 있기에 아침이 잉태되는 것은 세상사의 순리 아닐가.


아침을 맞았다. 어느새 바닷물이 쭉 빠져버렸다. 바다란 배도 댕기고, 갈매기도 '까악' 거려야 제 맛이거늘, 이 시각 바다는 고요할  뿐 말이 없었다. 아마도 늦은 밤까지 대화를 나눈 우리 가족을 위한 배려인가보다. 이 풍경은 숙소 베란다에서 바라본 것이다.


이렇게 사잇길로 보이는 바다는 나에게 추억을 되새기게 한다.
나의 고향은 대천, 자세히 말하면 그 옆에 조그만 농촌, 가까이에 바다가 바라보이는 그런 곳이다. 가끔 친구들과 바다를 갔다. 가는 중간에 방풍림이 있었다. 발바닥이 따갑도록 뜨거운 지열을 밟으며 달려간 그곳. 뻥뚫린 가슴을 느끼게 하는 넓은 수평선이 지금도 그때의 흥분을 느끼게 한다. 이곳이 바로 그런 느낌을 준 곳이어서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골바람이 이마를 스쳤다.



미스코리아 몸매처럼 매력적인 소나무가 라인을 과시하듯 당당하게 서 있다. 조경인지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지 확인할 바 없었다. 아무튼 보기에 좋았다.  자연보다 더 자연스러운 것은 없고, 인위적인것 보다 더 어색한 것은 없다. 이곳은 안면도 휴양림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서 있는 소나무들이다. 머리를 짧게 자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치열하게 하루 하루 살다가 시간을 내어 휴식을 갖는 것은 멋진 일이다.

나에게 이런 여유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냥 바뻐야 내 삶에 떳떳했고, 계획하지 않아도 그냥 하루 하루에 충실한 것이 옳은 일이라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삶을 살려한다. 남의 삶이 아니라 내 삶 말이다. 비교하며 남의 옷을 입고 어색한 그런 삶은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삶이란 항상 실패속에서 진리를 깨닫는다.  공자도 맹자도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도 그랬다.  말은 많이 했으나 그들이 행복했는지는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으니 모를 일이다. 아니 봤더라도 마음속 행복을 어찌 가늠하겠는가? 

 
새로운 트랜드인가?
친구가 카메라로 찍어주고 있다. 테크닉의 문제가 아니고 그냥 기념을 남기는 행위이다. 이들은 훗에 이날을 기억할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사랑을 담고 있다. 등짝이 훤하게 비친 섹시한 모습은 그 자체가  사랑스러움으로 다가왔다. 행복하길...


라일락 향이 그윽했다. 달달한 기운이 감돌았다.
녹색의 신선함이 기분을 좋게 했다. 그늘 속에 조용히 손짓하는 향기는 사랑스런 여인의 속삭임과도 같았다.


항상 자연은 우리에게 대화를 청한다.
뒷편에서 달려오는 빛줄기가 나의 시선을 끌었다. 빛과 그림자. 너무나 익숙한 단어이다. 이 사진에서도 떠올랐다. 빛은 항상 다른 모습으로 사물을 보게 한다. 나무들이 나에게 다가오는 것도 빛이 뒤에서 밀어주기 때문이다. 해가 바닷속으로 가라 앉으면, 이 소나무들도 나에게서 도망치 듯 멀어질 것이다. 밀고 당기는 자연과의 소통은 생각하는 이의 방향에 따라서 달라지니 자연과의 대화는 그것 자체가 즐김이다.

행복은 마음속에 있으며 어떤 상황이든지 자신의 생각하기에 따라서 천국과 지옥이 만들어진다. 긍정적인 사고로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행복이 아닐까.  난 그렇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