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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사진 속에서 들어보는 가족이야기.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지난번 경찰대학생들에게 사진강의를 하면서, 앞으로 범인수사에 그들의 심경을 읽어낼 때 사진을 활용할 것을 권한 적이 있다. 현장 사진을 찍더라도 고도의 스킬로 촬영하면 수사를 하는데 유익할 것으로 확신도 전했다. 이 사진은 사건과는 전혀 관계없는 한 가정의 평온한 아침 풍경이다. 

사진에서 무엇을 읽어낼 수 있는지 찾아 보자. 물론 머리를 빗기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다.  헤어 디자이너는 아니다. 물론 뷰티학과에서 공부를 하고 있지만 전혀 헤어디자인하고는 거리가 멀다. 머리를 맡기고 친구와 전화를 하고 있는 아이는 중3의 딸이다. 다리 자세에서 남성적인 기질을 보여주고 있다. 당연한 듯, 아무렇지도 않는 표정은 익숙하다는 뜻이다. 자주 아이에게 머리를 빗기는 일도 하고 헤어 드라이기로 말려주기도 한다. 그것은 정성이라기 보다는 나의 장난기의 발동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뒤에 널브러져 책을 보고 있는 아이는 아들이다. 책을 좋아한다. 자주 누워있는 몸동작에서 비만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자주 부르는 아들의 별명은 '똥돼지 새끼'이다. 잘 먹고 잘 돌아다닌다. 태권도와 농구를 하며, 이동시에는 항상 뛰어 다니는데 몸에 살이 붙어 있는 이유는 고기를 미치도록 좋아하고 천하태평한 마음 때문이다. 고기를 보면 눈빛에는 광기가 어린다. 아내가 찍은 이 사진에는 형광등의 빛이 부드럽게 쪼개져있다. 폰카의 조리개가 어두운 집안의 노출을 맞추기 위해 조리개가 열려 있는 것이다. 

피아노 위에 꽃병은 아내가, 에어콘의 덥개가 있는 것으로 여름은 아닌, 아침의 햇살이 풍부하게 들어오는 것으로는 남동방향의 가옥구조, 살짝 비춰진 나무가지로는 저층에 살고 있음을 알고 있다. 거실 넓이 대비 과한 소파는 여자의 욕심과 원목으로 된 낮은 탁자는 소박한 남자주인(나)의 내면을 보여주고 있다. ㅎㅎ. 중앙에 걸린 대형 가족사진은 가족의 자존을 어필하고자하는 표현이다.

바쁜 일상, 아침에 잠시나마 여유로움에 빠져 이럴 수 있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가족이 이 세상 끝나는 그날까지 이런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간절하게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