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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담쟁이의 근성과 사진찍기의 원리.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나는 요즘 일상의 환영속에 빠져있다. 길을 걷다가도 사진 찍을 것들이 없는지 눈이 시뻘겋다. '찍을 것들'이란 어휘에는 단지 풍경이나 소재를 말하는 것만이 아니다. 내에게 관심의 한계는 없다. 놓여진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다. 그렇게 달리 보이는데는 빛이 큰 역할을 한다. 사진과 빛은 빛과 소금과 같은 존재처럼 뗄레야 뗄 수 없다.


담쟁이 넝쿨을 햇살따스한 오후 양지에서 만났다. 강력한 빛깔이 잎사귀에 비춰지면서 지난 기억처럼 소담스런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담쟁이의 기질은 배울 점이 많다. 일단 벽이 있으면 들이댄다. 그리고 그 꼭대기를 향해서 가는 것이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중요하진 않다.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마치 성공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그 부러운 성공이 그들에게는 그 목적지가 아니라 즐기는 과정에서의 행복감이라는 것처럼.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과정 또한 그렇다. 멋진 사진이 나오는 것은 디지털시대에서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일 뿐이다. 그런 이미지를 만난다는 것이,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시각이 하는 작업이요, 그 시각은 생각의 결실이다. 찾아가는, 그리고 그것을 찍어가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다. 결국은 그 프레임안에 들어 있는 나를 찍는 것이니 말이다.

담쟁이 이파리가 벽과의 거리감에 따라 만들어진 그림자의 크기가 강약을 달리한다. 리듬감처럼 차이를 둠으로써 이미지는 완성된다. 이미지는 프레임안에서의 둘로 나뉜다. 부분과 전체의 이중주는 이미지를 읽어내는 기본적인 수순이다. 전체로 보는 듯하나 우리의 눈은 하나하나를 쪼개서 본다.  그것을 쪼갠다는 것은 우리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나 사실이다. 생각이 다양하게 하나 하나를 더듬어 가듯, 담쟁이 넝쿨은 멀리를 한꺼번에 바라지 않는다. 그냥 바로 앞에 있는 그 위치를 점령하기 위해 안깐힘을 쓸 뿐이다. 야금 야금. 그 과정 후에 꼭대기에서 멋진 풍광을 감상하는 날을 기약한다.

담쟁이의 몸짓이나 사진을 찍으며 완성을 해가는 것이나 다르지 않다. 과정 속에서의 매력과 그 과정들이 모아져야 결과가 도출된다는 원리 말이다. 너무 목적지에 연연하지 말자. 지금 이 시간, 현재를 즐기길 바랄뿐이다.


 담쟁이의 근성과 사진찍기의 원리.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