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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권태를 극복하는 사진찍기. ceonews 잡지.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인연은 이런 건가 보다. 페북친구에서 칼럼을 주고 받은 관계로. CEO News의 최범승대표와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인터뷰를 시작으로 칼럼 요청이 있었다. 나의 삶이 그렇듯, 모든 것은 사진이야기이고, 끝은 포터테라피로 마무리 된다. 인터뷰가 그랬고, 칼럼의 내용이 전부 그랬다. 아직도 나에게 포터테라피는 진행형이다. 모든 것이 그렇듯, 그 과정이 재미있다. 좋은 인연으로 오래 지속되길 기대해 본다.


CEO News의 사진작가의 사진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내가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탄생되다니... 잘 정리된 인터뷰가 자연스럽다. 이유는 인터뷰어가 최자연 기자였다. ㅋㅋ. 사진은 이수호지가 찍었다. 잘 생긴외모, 얼굴 값은 하더라.

일단 CEO News는 책을 펴면 디자인부터가 세련되게 다가온다. 그 안에 담긴 글과 사진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같은 내용도 디자인과 구성에 따라서 다른 옷을 입게 된다. 참말로 신기하기도 하지. 이번  권태에 대한 칼럼, '권태를 극복하는 사진찍기'의 내용을 옮겨봤다.


권태로운가? 그렇다면 사진을 배워라. 과학의 발달이 모두에게 카메라를 안겨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을 잘 쓰려면 배워야 한다. 절대 음감을 가진 사람도 방법을 배워야 바이올린을 멋지게 연주할 수 있는 것처럼. 사진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세상이 둘로 나눠져있기 때문이다. 보이는 세상과 보이지 않는 세상으로. 눈앞에 보이는 것만 찍으면 금방 권태로울 수 있다. 보이지 않던 세상을 의도하는대로 찍을 수 있다면 얼마나 흥미진진하겠는가? 보이지 않았던 세상에는 자신의 얼굴도 포함된다.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한다? 아마도 '유레카!'를 외칠지도 모른다.

과연 이들이 찍는 것은 무엇일까? 또, 왜 찍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은 권태롭다. SNS가 소통하고 있다는 착각이 현대인들을 공허감에 빠트리고 있기 때문이다. 마실 수록 목마른 바닷물처럼, 인간에게 풍요는 정신을 더욱 황폐화시키는 모양이다. 사진은 지향하는 곳을 찍는다. 지향하는 그곳에는 자신의 생각이 존재하고 있기에 자신과의 대화가 가능하다. 사진 속의 사람들이 찍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자신'을 찍고 있는 것이다.


이 사진의 주인공은 바로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이것이 나를 찍는 이유이다. 나를 아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며, 세상과 만나는 전제 조건이다. 나에게서 발견되는 다양성은 놀라울 정도로 신기하다. 나는 세상의 중심이며, 모든 상상의 근원지라고 생각한다.  

쇼펜하우어는 권태를 참기 힘든 고통이라고 했다. 권태는 단조로운 삶 속에서도 나타나고, 삶의 목표를 잃어버렸을 때도 나타난다. 권태는 상실감에서 온다. 단조로움은 지루함을 주고, 그 지루함은 곧 리듬감의 상실이기에 그렇다. 단군신화에서 100일간의 동굴생활이 바로 권태로움이었으며, 곰을 사람으로 만들어 준 것은 권태를 극복한 댓가인 것이다.


사진으로 권태를 극복할 수 있는 첫번째 방법으로,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것이다. 원형은 변함이 없다. 단지 자신이 보지 못했던 부분을 찾아주는 것이다. 표정, 조명, 렌즈, 의상과 메이크업, 그리고 작가의 의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인간은 누구나 마음에 드는 이미지와 자신을 동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마음이 바뀌면 외모까지 바뀐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만족스런 사진이 자신감을 얻게 되면 당당한 모습으로 바뀐다. 목소리까지도 달라진다. 이것을 자아인식이며, 포토테라피의 근간을 이룬다. 

뭘 배울 것인가? 나에게 가르친다는 것은 두가지의 의미가 있다. 하나는 자아인식처럼 자신에 대한 관심을 가져보라는 권유형 가르침이고, 또 하나는 지향하는 사진찍기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보는 방법에 따라서 세상이 달리 보인다.   

인간은 수 많은 순간과 접하며 살아간다. 인간의 눈도 카메라와 비슷하여, 1초에 5-6번을 찍어낸다. 이것이 뇌로 전달되어 세상을 읽어낸다. 그러나 일상이 단조롭다는 것은 그것을 단조롭게 '본다'는 뜻이다. 세상은 다양한 찰나들의 집합체이다. 그것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 보느냐가 관건이다. 해가 진 후에 강변을 달리는 차 안에서 찍은 사진이다. 흔들리는 나무가지, 저 멀리 보이는 석양의 빛깔, 그리고 도심의 모습들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붉은 노을의 그라데이션은 어떤 화가도 흉내 낼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이 한 장의 사진에는 사진의 메카니즘과 신화, 그리고 영화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까지도 비유해 낼 수 있다. 

이른 아침이다. 녹음이 싱그럽다. 저 멀리 아침이 다가온다. 태양이 고개를 내밀며 잔광이 비춰진다. 빛이 들어오는 길목에는 아침이슬이 맺쳐진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석양에는 황금빛 태양이 대지를 적실 것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모습들이 다양한 느낌으로 내 생각 속으로 질주한다. 생각은 또 다른 생각을 만들어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한 장의 사진 속에는 한 권 이상의 이야기가 담긴다.   

자, 이래도 세상이 권태로운가? 풍성하게 차려진 밥상처럼, 세상은 항상 우리에게 진수성찬을 대접하고 있다. 어떻게 먹느냐의 문제이고, 누구와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냐의 문제만이 남았다. 문명의 이기를 지혜로움으로 받아 들이는 순간, 하루 하루가 행복한 나날이 된다. 그러나 뻔한 일상으로만 바라 본다면 어제도 내일도 그냥 똑같은 오늘에 불과할 것이다. 

사진은 우리에게 친구가 된지 오래다. 언제든지 다가가면 정겹게 대해준다. 항상 부정하고 신뢰하지 못하면 그 친구는 떠나버리고 만다. 그 전에 그 친구에게 다정한 눈빛으로 다가가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어렵지 않다. 그냥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해주는 것이 첫번째요, 두번째는 카메라를 기계로 대하지 말고 우리의 시선과 같다고 보면 된다. 그러면 세상은 당신에게 흥미진진한 모습일 것이다. 이게 당신에게 '배우라'고 말을 꺼내 놓고 가르쳐 주는 내용의 전부다.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카메라의 메커니즘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조정되어 있다. 그럼 무엇이 문제인가? 

이제 사진 찍는 방법을 배웠으니, 찍어라! 권태롭던 일상이 환하게 웃으며 반겨줄 것이다.


권태를 극복하는 사진찍기.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