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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자극적이지 않은 것들에 대한 무관심.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조미료가 들어 간 음식이 감칠 맛이 난다.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 진 우리는 그런 것들에 익숙해져 있다. 사진도 그렇다. 색감이 뚜렷하고, 빛의 대비가 극명해야 시선을 끈다. 석양이 지평선을 넘긴 시각, 잔잔한 빛은 그림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 빛이 있으면 반듯이 그림자는 존재한다. 이것이 자연의 순리이다. 나는 이런 빛을 사람에 비유하곤 한다. 진지한 사람!

연잎이 나란히 서 있다. 하나는 이파리가 찢겨져 있다. 그 모습마저도 자연스럽다. 나른한 오후를 보내며 지쳐버린 육체가 쉴 곳을 찾고 있다. 나무의자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러워 졌다. 잔광이 연잎의 아래쪽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잔잔한 아니 밋밋한 사진에는 감동 뿐 아니라 시선을 끌지 못한다. 요즘, 세상이 그렇다. 큰 소리를 치는 사람이 이기는 세상,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모든 이들은 다함께 큰 소리를 치고 있다. 자극적이어야 관심 받는 세상에서 우리는 엷게 비춰진 그림자도, 잎사귀 위에 내려 앉은 연한 색감까지도 알아 차릴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현실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길이다.

가르치지 않고 가르친다. 혼내지 않고 혼낸다. 말하지 않고도 소통할 수 있다. 진정 큰 것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지요.  잔잔함 속에서 메시지를 얻어내고, 보이지 않는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야 말로 사진찍기의 진수이자 진정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자극적이지 않은 것들에 대한 무관심.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