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낯설게 하기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찾는다. 신기록, 신세계, 신상품, 신학기 등 새로운 것에 환장한다. 인간의 뇌가 그모양으로 생겨 먹었나보다. 여행은 새로운 것에 대한 소심한 시도이다. 도심의 엔진소리에서 바닷가 파도소리, 자주 든던 카페의 음악소리에서 갈메기의 현장음과 매혹적이 날개짓이 일단 낯설게 다가온다. 그것도 하루를 딱 잘라내어 기차를 타고 그곳으로 가는 것은 낭만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다. 어느덧 우리에게 '동해', '열차', '떠남', 뭐 이런 것들이 낭만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삼등 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간밤에 꾸었던 꿈에서 깨어/ 아침에...'
이 노래는 오랫동안 우리를 중독시켜 버렸다. 동해는 열차를 타고 가야하고, 급기야는 고래까지 잡을 수 있다는 뻥들이 우리에게 동해바다를 로망으로 만들어버렸다. 우리는 떠났다. 동해바다에서 고래를 잡을 수는 없으나 그런 기분이 가슴을 슬렁이게 만든건 확실하다. 없어져 버린 완행열차대신 무궁화를 타고 갔다.
파도가 바위를 때린다. 전차소리로 들린다. 덩달아 사람들이 소리를 지른다. 기념촬영은 역동적이어야 한다는 나의 의지가 사람들을 괴롭힌다. 그래야 밥맛도 좋다. 특히 바닷가에서의 움직임은 파도를 닮는다. 목소리는 갈메기처럼 보인다.
정동진에는 모래시계가 있다. 드라마 제목에서 따왔거나 아니거나 상관없다. 시계는 우리에게 시간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시간은 인생에게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활용할지를 생각하게 했다. 유한한 삶, 시간을 늘린다고 삶이 더 길어질 수 있을까? 양이냐, 질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존재를 찾아 떠난 여행은 아니었지만 갑자기 존재를 음미하게 되는 사진 한장 탄생되었다. 다면적인 나로, 다양성의 나로 떠 올리게 하는 이 사진은 환경이 만들어낸 것이다. 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받듯이, 이런 환경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결론, 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그 환경은 금새 익숙해진다. 그래서 낯설게 하기를 좋아하는 인간은 그곳으로부터 벗어나기를 원한다. 그 중에 작은 시도가 일상을 떠나는 여행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떠났던 것이다. 우리는 원래 떠날 수밖에 없었다.
낯설게 하기로의 여행. 동해바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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