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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일과 휴식, 그 인과관계를 찍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길을 가다 우연히 마음에 드는 장면을 만날때가 있다. 꽂히면 바로 행동개시다. 움직임이 민첩해지면서 상대를 설득하는데 촉과 순발력을 가동한다.  안되면 되게 하라를 가슴에 새기며 들이댄다. 때로는 사정도, 때로는 협박도 불사하며 협상한다. 내게 끌리는 사진이란 임팩이 있는 걸 말한다. 임팩이란 많은 걸 내포하고 있다. 

식당 옆 주차장에 요리사가 식재료를 다듬다가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여유로워 보였다. 그 여유는 일상적인 휴식과는 다른 것에서 다가왔을 것이다. 일과 휴식은 인과관계이다. 그 관계가 더욱 뒤에 오는 휴식을 더욱 달콤하게 만든다. 마치, 배고픔이 음식을  간절하게 바라듯이 말이다.  의상은 언어다. 소쿠리가 옆에 있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하고, 그 결실과 그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도 설명해주는 언어다. 벽에 기댄 대걸래도 동병상련을 말해주고 있다.  외부차량 주차금지는 자기들만의 공간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바닥과 벽에 칠해진 그레이톤의 차분함은 더해준다. 바닥에 칠해진 흰색 페이트는 프레임처럼 사각이고, 삐집고 들어온 빛은 희색을 많이 닮아 있다. 밋밋함 속에 역동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가까이 다가가 소쿠리를 들여다보니 대파의 밑둥만 남아 있었으며, 요리사에게 물어보니 국물을 내기위함이라고 했다. 이런 대화의 시도는 사진을 찍기위한  포섭작전이기도 했다. 금방 스치고 지나가면 그만인 장면들은 내가 찾아낸 것이 아니라, 이 장면이 나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간절함이 나의 시선을 가로챘던 것이 아닐까. 


일과 휴식, 그 인과관계를 찍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