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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동해바다가 나에게 부여한 감각의 섬세함에 경의를 표한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올해만해도 4번째 동해를 찾았다. 서해도 아니고, 남해도 아닌, 동해바다가 나를 불렀다. 무슨 이유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새벽이든 정오든 닥치는대로 왔다. 함께 온 사람들은 달랐지만 내가 찾고자 했던 건 다르지 않았다. 바람,  소리, 빛깔, 그리고 움직임이었다. 올때마다 늘어나는 건 섬세함이었다. 빛깔은 일출이 아니어도 좋다. 되려 해 뜨기 직전의 푸른 빛과 보랏빛이 어우러진 그 빛감이 파도가 밀려온 다음에 모래 위에 남은 물기를 비추고 있는 동안의 그 느낌이 나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구름 한 점 없는 일출은 수평선 너머에서 불쑥 해가 치솟아 오른다.  오메가가 아니어도 좋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찍는 것을 내가 또 찍을 이유는 없다. 나는 해돋이 앞쪽으로 실루엣으로 보이는 바위 섬과 움직이는 사람들의 몸짓이 더 진정성있게 보였다. 파도가 밀려왔다 빠진 자리에 촉촉하게 보이는 물결이 생명력을 돋보였다. 온기가 느껴지는 바람이 이마를 스치고, 함성이라도 지르는 듯한 태양의 윗쪽 하늘의 빛깔, 쉴새 없이 밀려 왔다 갔다하는 파도와 그 소리들. 

수천만번의 스침에 의해 거대한 바위는 제살이 깍는 줄 모르고 당당하다. 카메라의 노출이 급변함에도 사진가의 순발력은 그들을 같은 톤으로 유지시킨다. 싸움이다. 나에게 동해바다가 손짓한 이유는 뭘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이 만남은 그때 그때마다 다른 교감으로 통하며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지게 한다. 똑같은 바다가 아니라 항상 다르게 다가오는 존재의 의미를 가르치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작가로서의 섬세함을 시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오감의 향연을 느끼게 한다. 끄트머리에 잠들어 있던 세포를 깨우는 일, 미세한 감각까지도 제 기능을 하게 한다. 천재의 예리한 감각처럼 나에게도 무엇이든 낚아 챌 수 있는 순발력과 섬세함을 간직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오늘의 바다가 나에게 능력을 부여한다. 

아침 바다는 살아 있는 생명체다. 해가 오른다. 파도가 왔다 갔다를 반복한다. 파도에 비춰지는 태양빛의 톤이 그때 그때 다르다. 이것을 잡아내는 것은 다양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얼굴과도 많이 닮았다. 내가 파도가 움직이는 새벽의 풍경을 좋아하는 이유가 순발력을 필요로하는 인물사진에 익숙해 있기에 더욱 친근감있게 다가왔을 것이다. 이제 동해바다가 정겹게 다가온다. 언제 오더라도 다른 얼굴을 하는 그가  좋다. 다시 또 올 날을 기대한다.


동해바다가 나에게 부여한 감각의 섬세함에 경의를 표한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