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언제나 말을 걸어온다. 그 방법이 혀를 찰 정도이다. 지금 보고 있는 세상이 진실인가? 이런 물음을 던져보는 것도 재밌다. 지금 보는 모습들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우리의 눈은 오토로 칼라발란스를 맞춘다. Auto라는 편리성 뒤에 숨긴 진정성에 의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자동카메라가 찍어내는 현실은 지멋대로다. 마음에 안든다. 우리의 눈은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나 자동 카메라는 완벽하게 기계적이다. 철저하게 논리적이다. 원칙이 있다는 말이다. 왜 그러냐고 따지면 그 이유를 똑똑하게 답해준다. 그와의 논리 싸움에서 감성을 가진 인간은 이길 수 없다.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을 곳에서의 풍광이다. 그냥 스쳐지나칠 수도 있다. 십중 팔구가 그렇다. 나무 가지 사이로 빼꼼히 얼굴을 내민 빛살이 예리하게 꽃과 이파리를 비추고 있다. 비바람에 힙쓸렸던 땅바닥이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이름모를(지금 이 시점에서 귀찮게 이름을 댈 필요도 없이) 하얀 꽃잎이 빛을 받아 탱글거린다. 화면의 가장자리로는 살짝 어둡게 빛이 가리워져 있다. 시선을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끌어내기 위한 신의 계략이다. 바닥에 그려낸 나무의 그림자가 일품이다. 상당히 예리한 비취지지 않고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이미지이다. 꼰아 본다라는 말의 의미처럼 보인다. 째려보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바라본다라고 한다. 풍광이든 사물이든 사람의 얼굴이든 할 것 없이 바라보면 모든게 원하는 대로 보인다. 바라봄은 간절하게 보는 것이고, 존재에 대한 갈망이자 표현법이자 이유이다.
아침 햇살에 청초함을 보였던 꽃도 조만간 수명을 다한다. 꽃이나 인간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소중하고 의미있는 것이다. 들판에 흐드러지게 핀 꽃들은 자기겨움을 즐길 뿐 오만하거나 부정적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자연은 항상 자연스러운 몸짓으 말을 한다. 한들거리는 모습으로, 때로는 붉게 타오르는 모습으로 그 자태를 뽐낸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대로를 보여준다. 자연이 하는 말을 귀 기우려 들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걸 볼 수 있는 여유와 지혜가 모자라다. 그러나 사각의 프레임 속에서는 가끔 그런 모습들이 포착된다. 사진찍기는 자연과 공감하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이제 어깨에 둘러메고 산과 들 할 거 없이 자연 속에서 그들이 제안하는 지혜와 직면해 보라. 세상은 보기보다 상당히 매력적이다. 금새 오르가즘이 밀려올지도 모른다.
자연과의 소통은 세상 사람들과의 소통 못지 않게 중요하다. 나 자신을 위해 그렇다.
자연이 속삭이는 말 말 말!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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