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손가락을 걸면 그건 약속이다. 지켜지던 어기던 일단은 약속을 한 것이다. 일단 그렇게 믿는다. 약속은 신뢰한다는 것이자 상징이다. 하나의 의식처럼. 아이들도 그걸 깼을때는 원망하며 서운해한다. 사랑을 묶어서 영원하길 바란다는 건 소설 속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자물쇠로 채우고 그 키마져 강물에 버린다? 이 얼마나 엄격함인가? 강물 속으로 들어가서 열쇠를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 물론 편법으로 자물쇠를 따는 그런 일까지 염두에 두지 않은 처사이다.
피렌체의 아르노 강변, 가로등 아래 묶여있는 열쇠 꾸러미를 발견. 뭘까, 이유를 묻자 단테를 말했다. 아르노 강변의 산타 트리니타 다리에서 단테의 영혼의 로망 베아트리체를 만났다는 그곳, 그리고 어느 화가의 그림에서 '진주의 빛깔'을 한 그녀를 그리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그곳을 지났다. 연인들이 사랑이는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과 다정하게 걸어가는 장면들 모두가 가상의 단테와 베아트리체로 분할 수 밖에 없었다. 오후로 넘어가는 황혼색이 그들의 이별과도 같은 사랑의 이야기가 계속 되뇌여져 갔다.
우리나라에도 남산이나 언덕이 보이는 곳에가면 으레히 열쇠를 잃은 자물쇠가 묶여져 있다. 연인은 약속을 한다 그 마음 변치 말자고 그 자물쇠에 마음까지 걸어 놓는다. 잠궈 놓을 수 있는 것은 마음 속까지로 규정한 그들의 어리숙한 마음이 순수함과 혼용하고 있었다. 만남은 헤어짐을 전제하고, 헤어짐은 또 다시 선별적 만남을 기약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거늘, 하나의 틀에 묶어 놓고 그 내면의 역사까지도 고정하려 한단 말인가? 아르노 강변의 가로등에 매달린 자물쇠의 은유적 표현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피조물이며 연인들의 체험놀이에 불과하다. 이 사진 한 장에는 첫사랑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과거에 있었던 로멘스들을 시리즈로 묶어서 가슴 속에 담아 놓을 수 있는 중재자가 존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트인문학 여행> 베스트셀러 기념, 책에는 없는 사진이야기 3.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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