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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장소를 만나다

호정이네 정원, 사물유희.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울타리는 경계지움이다. 외부와의 단절이라기 보단 또 다른 세상을 만들기위한 경계이다. 장소는 그곳의 그를 보여 준다. 사람의 뒷모습, 그의 얼굴, 그가 만들어낸 것들이 그의 흔적이기에 그렇다. 책 <snoop>은 그의 서랍 속을 들여다 보라고 했다. 다 속여도 그 장소만은 무방비 상태라는 거다. 정원을 보고 그를 알아내려한다. 정원의 이름이 <호정이 정원>이다. 주인 이름을 딴 것이다. 

열매라는 결실. 정원은 열매를 따 먹으려 키우진 않는다. 관상용이다. 농부에게 작물은 열매가 목적이나 정원은 보는 것이 먹는 것이다. 농부가 열매에 관한한 프로지만 집 주인에게 열매는 축복이다. 집주인이 정원 한켠에 심고 열매를 기대하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거다. 이 주인은 틈만나면 열매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목표지향주의자이다. 목표를 정해놓고 눈에 보이는 결과에 몰입한다. 끝내 그걸 완성한다. 주인은 다분히 계획적이며 될 때까지 하는 끈질긴 사람이다.

동화 속의 세상을 꿈꾸다. 아담한 정원, 사이 사이에 인형을 배치시켜 놓았다. 개굴이는 개굴개굴, 다람쥐가  노니는  난쟁이들의 세상을 차려 놓았다. 철잊는 개구리, 깊은 산속 다람쥐, 동화 속 세상! 주인이 꿈꾸는 곳이다. 이상향을 꿈꾼다. 수다쟁이다. 이웃과 더불어 함께 하기도 하지만 정원에서 그들과 즐거운 이야기도 지어낸다. 주인은 스토리텔러이다.

사물유희. 정원의 하이라이트이다. 언뜻 보면 그냥 꽃밭이다. 다가가서 바라보면 보통의 꽃밭이 아니다. 구성이 그렇고, 자연과 어우러진 모습이 잡초까지도 화단에 담아내어 조화롭다. 꽃을 두려워하거나 혐오스러워하는 사람은 없다. 꽃은 순수와 화려함으로 때로는 단아한 모습으로 사람을 유혹한다. 꼿꼿한 자태만으로도 시선이 머문다. 가끔 향기도 낸다. 바람은 그들의 향기를 멀리까지 보낸다. 이웃들도 그 향기를 공유한다. 아마 그는 어린 시절을 추억할지도 모른다. 소꿉놀이를 했을 것이다. 동무와의 놀이 속에서 사람 대하기를 익히고, 역할 분담처럼 그곳에서 서로와 관계지음을 연습했을 거다. 사물과의 대화는 아이들만이 가능하다. 시인도 아이를 닮았다. 그런 조건이 풍성한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정원에서 주인의 일상을 훔쳐보는 일은 여간 흥미로운 일이 아니다. 다양한 화초와 잡초까지도 친구로 만들어낸 주인의 의지가 덧보인다. 꽃은 바라보는 그 순간 석양이 그 곳을 비춘다. 따스한 온기가 모두를 얼싸안게 만든다. 세상은 무엇하나 함부로 대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정원이다. 가족의 위안인 잔디는 강아지들의 놀이터이며, 그들의 몸짓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행복은 드리워진다. 정원주인 호정이 곁에는 껌딱지 선미가 있다. 선미와 호정이는 소꿉친구였을 거다. 이게 바로 원예치료가 아닐까? 둘의 얼굴이 환하다.

호정이네 정원, 사물유희.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