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엔 소리가 있다. 색의 유혹도 있다. 산의 가을은 떠나 보낼 준비를 한다. 녹음이 노랑 빨강으로 새 옷을 갈아입는다는 건 떠날 채비를 하는 것이다. 어느날, 지하철이 멈춘 역 팻말에 <김유정역>이란 걸 보게 된다. 순간 고민할 겨를도 없이 가방을 집어들고 바로 내린다. 역 밖으로 나가 마을을 둘러보니 온통 시골 풍광이라. 마음에 들어 가끔 들른다. 등산이라도 할 참이면 내려와 <점순네>라는 닭갈비집으로 향한다. 이런 절차가 반복된다. 이런 방문기.
가을 빛이 예쁘다. 물 흐르는 소리가 가끔씩 떨어지는 낙엽과 화음을 맞추고 있다. 햇살이 나무가지 사이로 비출때면 환하게 미소짓는 나무잎이 그리도 예쁠 수가 없다. 이끼가 고목 껍데기를 색칠하고, 하늘이 물 속에 비칠때면 화폭이 풍성하다. 담쟁이 넝쿨이 나무가지를 타고 올라가는 모습이 애처롭게 보인다. 이파리엔 시인의 시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금병산 실레길을 따라 걷던 기억이 지금도 아른거린다. 아내와 함께라서 더욱 그런지도 모른다. 해마다 찾아오는 가을이지만 자주 올랐던 금병산이 항상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금병산에 오르다. 2017년 가을날.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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