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을 보면 그 너머를 상상하게 된다. 바다가 보이는 프레임, 사각은 아니지만 그 속을 생각으로 채운다. 파도소리와 신선한 바람이 아침을 알린다. 마을을 둘러보며 그 곳과 대화를 나눈다. 가족과 함께 거닐면 좋다. 우리 가족의 산책은 두 부류로 나뉘어 진행된다. 나를 제외한 가족의 어슬렁과 카메라를 들도 삽살개처럼 뛰어다니는 내가 존재할 뿐이다. 준비해 갔지만 삼각대 없이 사진을 찍는다. 마음이 급한 나머지 발빠른 시각을 제공하는 몸각대(몸으로 삼각대를 대신하는 방식, 높낮이 좌우 할 것없이 막 찍기)를 사용한다.
인적드문 산책길, 반려견의 눈길이 고맙다. 반려견이 혼돈의 세상을 걱정하고 있다. 붉게 타오르는 아침태양의 속삭임, 서울 성북구에서 내려와 정착한지 3년되었다는 오징어 아저씨의 바쁜 손길, 밤샘작업을 마친 등대의 오전 취침, 그리고 마을 어귀를 비춰주는 태양이 정겹다. 산책나온 아저씨는 방파제를 부여잡고 스트레칭하는 모습이 우끼지만 반갑다. 눈인사를 하자 더욱 강렬한 몸짓으로 응답한다.
어딜가나 개들의 세상이다. 제니빌 팬션에도 아침은 찾아 온다. 담장너머 이파리가 자존감을 과시하고, 제니빌의 큰 기둥이 주인이 당당한 사람임을 말해 주듯 우뚝 서있다. 수풀너머 평온의 제니빌, 젠틀독의 점잖은 모습에 말을 거니 응답하며 사진을 찍으라 허락한다. 패션을 관리하는 내외가 사랑하는 가족이란다. 노란 잔디와 제니빌의 벽이 깔맞춤이라. 야자수는 위풍당당하다. 모두는 서로의 자태를 뽐내며 낯선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여행은 그 곳과 대화를 나누며 풀어내는 수다가 아닐까?
서귀포 제니빌 팬션의 아침 풍경, 햇살이 말을 걸어온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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