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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기억을 부르는 풍경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사람과 풍경이 닮았다. 푸른 하늘의 뭉게구름은 청바지를 입은 젊음과 같다. 지금 가슴을 열고 그 시원한 바닷가에서 젊음을 만끽하라. 그 기억 속에서. 이 풍경에는 허와 실이 있음을 말하고자 한다. 모델학과 졸업여행을 사이판으로 갔다. 생각 만해도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해가 일찍 뜨는 그곳에서 학생들과 멋진 사진을 찍기로 약속을 했다. 외적 우월감을 가지고 있던 그들은 아침에 변해있었다. 그것도 많이. 물론 젊다는 게 좋다. 얼굴은 숙취에 절어 있었다. 밤새 술을 퍼마셨기에 눈은 풀렸고, 눈 밑의 다크 서클은 발등을 찍을 지경이었다. 피곤한지라 사진 촬영에 흥미로운 표정은 아니었다. 답이 없었다. 순발력을 발휘했다. 고개를 돌리고 바다를 향해 큰 호흡을 하라고 했다. 얼마나 슬기로운 행동인가?



 

나는 고집쟁이다.
풍경 속에 사람을 넣어야 직성이 풀린다. 사람이 그리운 건지, 풍경보다 사람이 더 아름다워서 인지. 무인도에서, 사람의 음성이 그 위력을 말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옆에 있어도 고독한 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그리움의 목마름이 가시지 않아서 일 것이다.사람, 자연의 오묘함을 닮은 사람. 그보다 흥미로운 대상은 없다. 하루에도 수 백 번 바뀌는 얼굴들의 표정, 그 느낌은 연구대상이다.

만약 얼굴이 보이도록 사진을 찍었더라면 시선이 얼굴로 몰렸을 것이다. 맛이 간 그들의 얼굴을 보면서 풍경을 감상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풍경 따로 얼굴 따로 감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면 그는 초능력자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들의 상황은 멋진 작품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이를 두고 전화위복이라 한다. 우리는 항상 선택적 상황 속에서 살고 있지만 그들의 얼굴을 보고 원망만하고 있었더라면 10년 전 그 추억은 사라졌을 것이다. 얼굴은 사람에게 메시지를 주지만 때로는 그 존재의 겸손함이 더 좋은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애들아! 너희들에게 술은 예술이었고, 슬기로운 삶을 살아가는 동반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