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 해수욕장을 아는가? 나의 고향이다. 후배가 커피숍을 차렸다. 페이스북에서 눈팅하다가 벌초하러 고향에 내려 온 김에 들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유별나게 시원했다. 커피숍의 이름은 Crazy burgundy, 미치게 기다렸던 사소한 시간이란 뜻이라 했다. 얼마나 기다렸으면 미치게 했으며, 그런 중요한 시간을 사소함과 동일시 했을까를 생각해 봤다. 사소한 일상까지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주인의 의중이 담긴듯 했다.
건물 옆에는 마트가 있고, 담배도 판다. 그래서 더 운치가 있는지도 모른다. 빨강색 자전거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커피숍 앞에는 소박하게 테이블 하나가 놓여 있었다. coffee라는 영어가 무색하게 유리창에 비춰진 시골 풍경이 대비적이다. 바깥에서 바라 본 느낌과는 달린 내부에는 주인의 취향이 담겨있었다. 그 색깔은 시간의 흐름과 비례하며 더욱 진하게 풍길 것으로 기대된다.
주인은 여자다. 맑고 순수한 이미지의 소유자이다. 내가 알기로는 그렇다. 말투에는 대천의 향기가 난다. 언어란 소통의 도구이니, 사투리를 써줘야 그곳에서는 이해가 빠르다. 그래도 나처럼 심하지는 않다. 나는 고향에 가면 고향어를 쓴다. 말끝이 항상 '-했슈!'이다. 샵 안에는 아담하다. 음악은 팝송이다. 편안함과 가끔씩 바라보는 주인 아가씨의 눈빛이 정감있어서 좋다.
특이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집에는 고양이 20마리와 강아지 50마리를 키운단다. 직장생활하며 번 돈이 대부분 그들의 먹거리로 충당하는 황당한 사람이다. 나는 샵 이름을 'cats and dogs'로 권했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라는 뜻의 영어이긴 하지만 고양이와 개를 키우는 사람에게 어울릴 듯 했다.
아마, 내가 권한대로 바뀐다면 입구에 붙여진 흑백사진을 강아지와 고양이 사진으로 도배될 것이다. 그래야 맞다. 자기만의 공간으로 만들어 주인의 캐릭터화하며 그곳에서 삶을 즐기는... 아니면, 말구다.
대천에 가거들랑 이곳에서 커피한잔! Crazy burgundy.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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