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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아버지의 잔칫날, 이제 매일 매일이 당신의 잔칫날이길 빕니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아버지의 칠순잔치를 치뤘다. 동네주민과 친인척, 그리고 아버지의 모임회원들을 초대하여 토요일 점심식사를 대접했다. 식순이 있었고, 여흥으로 마무리 지으며 행사가 끝나갈 무렵, 내가 미리 준비했던 아버지에 대한 글을 낭독했다. 중간에 끼워넣을 시간이 없어서 포기했었지만 진행상의 틈을 발견해 읽을 수 있었다. 아버지의 삶, 논바닥, 삽질, 그리고 선보던 날의 상황들이 글 속에 담겨있었다. 아버지의 친구분들과 동네 주민들은 과거의 기억속에서 순간 울컥하기도 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당일 행사 3시간은 짧을 수 있었겠지만 준비하는 과정과 당일의 기억은 우리 자식들에게는 오랫 동안 기억될 것이다. 그렇게 2014년 11월 29일은 흘러갔다. 부디 행복한 여생이 되길 빌며, 그날에 준비했던 글을 남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썼던 아버지의 일기장 중에 어머니를 만나 결혼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내가 태어나기 전, 나를 태어나게 해준 절차인 선보는 날의 기억까지 기록되어 있었다. 


"몇일전, 방안의 달력에 써놓은 낯선 글귀가 발견되었습니다. 2014년 11월 29일, ‘나의 잔칫날!’. 아버지가 스스로 당신의 잔칫날이라고 써놓은  것이었습니다. 과연 그의 인생에 자신을 위한 잔칫날이 있었던 것일까요. 부모봉양과 가지많은 나무 바람잘날 없는 것처럼, 속섞을 일만 만들어놨던 자식들을 위해 고심했던 삶, 나보다는 타인에게 집중되었던 관심들로 온전히 나를 위한 날은 없었습니다. 

나의 아버지! 당신의 삶은 좌절과 자기절제를 통한 극복의 연속이었습니다. 중학진학에 대한 좌절을 원망보다는 부모에 대한 극진한 효심으로 극복하고, 가난한 농부의 퍽퍽한 삶은 거친 논바닥에서 삽질을 하며 아픈 가슴을 쓸어내렸어야 했습니다. 지난날, 수십권도 넘는 일기장에서 하루 하루의 지속적 기록의 역사가 자기성찰의 시간이었었습니다. 100세의 어머니를 보내던날, 쏟아지는 당신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어리석으리만큼 순수하고 진실했던 당신의 인생은 소년의 몸짓이었습니다. 어느날 이양기로 모내기를 하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끊임없는 삽질을 보았습니다. 농부의 근성,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것 자체가 게으름으로 인식하고 스스로에게 질타하는 삶이었습니다. 

그의 고난의 삶에서 묵묵히 곁에 서 있었던 아내, 연상의 여인 노춘자씨가 있었습니다. 일기장에 쓰인 그녀를 처음 만난 날, 20세 청년  백선호의 감회를 읽으며 저의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미용실에서 나오는 처짜리를 보았다. 적당한 키, 딱좋은 체격이다. 굽높은 구두와 연분홍치마를 입고 있었다. .....  양가의 승락이 있었지만, 집안 형편이 걱정이다.” 항상 아버지의 삶은 사랑하는 이와의 결혼까지도 궁핍한 생활들의 그를 고뇌스럽게 했었습니다.

아버지! 이젠 하루 하루가 당신의 잔칫날이 되었음 합니다. 우리 자식 모두는 당신의 삶을 응원합니다. 부모님!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