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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대화 속에는 물음과 드러남이 있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한 장의 사진은 서로에게 대화를 주선하고, 그 안에 담긴 철학을 논하도록 해준다. 때는 겨울날 오후 4시 반경, 멀리 길을 따라 소실점이 만들어진다. 자연이 우리에게 보여준 원근법이다.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자태를 뽐내고 있다. 연갈색이 전체 분위기를 주도하며 우리를 추억 속으로 유인하기도 하고, 멀리 길가에 가로등은 섬세하게 그려낸 화가의 솜씨를 비유하기도 한다.


"일상적으로 시골길에서 볼 수 있는 건데, 

시간상의 문제일까요? 교수님의 탁월한 실력탓 같습니다. 

전말 멋져 보이네요."


"제가 잘 찍은 것이 아니라, 

자연이 저에게 보여주기 위해 기다렸다고 하면 맞을 겁니다. 

저는 단지 발견했을 뿐이지요."


두 사람의 대화는 다분히 일상적이다. 칭찬 멘트와 거기에 응대한 대화일 뿐이다. 그러나 단순한 대화로 넘기기에는 큰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 사진은 시골길이며 시간상의 문제로 인하여 이런 풍광이 만들어진 것이 맞다. 탁월한 실력? 그것도 맞다. 이유는 많은 사람들은 그냥 지나친다. 물론 동네 사람들은 이런 풍광을 자주 봤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장면은 비슷할 뿐이지 유일무이한 장면이다. 이 위치에서 이런 느낌은 다시 올 수 없는 상황이다.

유일무이! 언제나 존재하는 것으로 착각하면 이런 상황들은 스치는 사물에 불과하겠지만, 이 장면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타나는,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장면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사실, 자연은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기다린 것이고, 우리는 그걸 발견했을 뿐이다.  


대화 속에는 물음과 드러남이 있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