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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

낯선 하루, 산사를 기억에 담다. 마이더스 연재 12월호.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가을 산사는 어떤 모습일까?’고즈넉하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화려한 단풍과 관광객들의 웃음소리로 북적였다. 떨어진 단풍에도 아름다움은 존재하다니. 셔터소리는 연신 자신만의 프레임을 만들어내며 흥겨워하고 있었다. 산새들의 지적임과 바람 소리에 맞춰 낙엽은 춤을 추며 함박눈처럼 우리를 설레게 했다. 춘천역에서 내렸다. 승합차에 몸을 실고 청평사로 향했다. S라인의 산길을 휘감은 단풍이 우리를 반겼다. 경내에서 바라본 산 속의 풍광이 자연스러웠다. 마당 끄트머리에 연노랑 단풍이 정겹게 우리를 반겼다. 풍성함보다도 정겹게 느껴진 것은 단풍잎의 절제와 겸손이 아니었을까? 적절함 속의 리듬감이 화면 전체를 구성하고 있다. 멀리 산 속은 벌써 겨울 문턱에 서있었다. 귓가에 셔터소리가 이직도 들린다. 렌즈의 촛점은 .. 더보기
지혜를 찾아 길을 떠나라.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길에서 지혜를 찾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문구이다. 사람들은 답답할 때 훌쩍 떠나곤 한다. 여행하면 카메라가 떠오른다. 사진으로 남겨 오랫동안 마음 속에 담아두려는 것이다. 인간의 기억력은 사진의 기록을 이길 수 없다. 여행지에서 샅샅이 훑어보는 사람보다 카메라로 설렁설렁 찍는 사람이 그곳을 더 많이 기억한다고 한다. 기억은 서서히 잊혀지지만 사진은 명확하게 자신의 관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진이라는 통로는 기억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사진의 객관적 시선은 더욱 명확하게 스스로를 바라보도록 한다. 여행지에서 사진찍기는 결국 나를 만나는 것이며, 내 안의 지혜를 끄집어내는 것이다.과거와 현재, 산수화와 수채화, 그리고 흑백과 칼라의 대비가 돋보인다. 사람들은 사진을 보자마자 멋지다고 한다. 이유는 운해.. 더보기
기념촬영의 의미와 방법.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함께 그곳에 있었다'기념촬영의 의미이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어떻게 있었는지도 명시되어야 한다. 여행간 그곳에서 동료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런 설명이 텍스트가 없더라도 이미지로 보여주는 것이 사진찍기의 목적이다. 단풍은 가을의 대명사이다. 단풍구경하러 사람들이 산으로 몰린다. 전국 유명산지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단풍인지 등산복인지 울긋불긋 정신없다. '함께'라는 단어에는 이미 관계가 설정되어 있다. 함께 할 수 있을 정도의 끈끈함은 묻어 있다. 이들에게 마주보라는 주문을 했다. 방향이 주어지지 않은 애매한 주문이었지만 스스로 정하고 있었다. 방향의 문제이긴 하지만 서로를 보고 있다. 어정쩡했는지 웃음이 터졌다. 웃음소리 전에 손을 잡고 있다는 것에서 신선함이 앞선다. 묘한 감정을 극복.. 더보기
특명, 얼굴을 설명하라.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얼굴과 거울! 협업인가 서로에게 악인가. 정답을 굳이 대라면 '그때 그때 달라요' 이다. 거울 안의 자신이 진정한 나일까? 거울이란 단어에 반사적으로 물음이 쏟아진다. 아이러니. 뒤바낀 환영에 착시를 일으키는가하면 그 안에 자신을 바라보며 슬픔에 잠기기도 한다. 참말로, 거울은 인간에게 뭘 보여주려는지. *나를 바라보는 나의 눈에 비친 나를 설명하는 이미지로 이 사진을 택했다. 희미하게 잘 보이지 않으니깐 말이다.내가 거울에 의문을 던지는 건 거울을 매일 보면서도 자신의 얼굴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자신의 얼굴을 설명하라고 주문했다. "내 얼굴은 조금 어두운 톤이구요, 입술은 얇은 편이고 눈섭은 조금 올라가고 눈은 짝째기예요. 얼굴은 큰 편이구요, 머리색은 갈색이에요... 그리고 음.. 더보기
어둠 속의 꽃잎과 빛이 만들어낸 그림자의 이중주.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여행은 낯설음을 즐기는 것이다. 여행을 '멀리 떠남'으로 규정짓지 않는 이유는 삶이 여행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 생각이다. 일상에서 접하는 낯설음만으로도 여행이상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앞문장은 일상,낯설음, 여행, 즐거움이란 단어들의 조합이다. 일상이 즐겁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 즐거운 일상에 가끔씩 비집고 들어오는 것이 있다. 권태다. 권태로부터 자신을 떼어 놓는 방법으로 사진만한 게 없다. 이미지와 텍스트의 유희는 커뮤니케이션의 또 다른 방법이다. 이제 종이가 의미로 다가온다는 것은 소통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응달의 꽃잎들과 밝음 속에 그 자태를 뽐내는 그림자가 눈에 띈다. 빛과 그림자는 이분법의 근원이다. 정적인 것과 움직임, 고요와 소음, 그리고 나와 타자를 아우르는 둘의 대립은 현재.. 더보기
내 탓이로다. 오뒷세이아.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짐승의 주둥이는 육체를 물어 뜯고, 인간은 입으로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낸다. 책은 아픈 마음을 어루 만져준다. 이천년도 훌쩍 지난 이야기가 심금을 울린다면 그 내용을 불문하고 감동적인 것이다. 호메로스가 두루마리에 적었다는 대서사시가 현대인들의 가슴을 움직이는 영향력이란. 한 인간의 삶 속에 숨겨 놓은 진리는 양파의 껍질처럼 벗길수록 새로운 맛을 선사하다. 갈등, 배신, 환희와 즐거움처럼 뻔한 이야기지가 과학이 발달하고, 정보가 넘쳐나도 변함없이 독자를 지배한다."아아, 인간들은 걸핏하면 신들을 탓하곤 하지요. 그들은 재앙이 우리에게서 비롯된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들 자신의 못된 짓으로 정해진 몫이상의 고통을 당하는 것이오." 오뒷세이아, 호메로스 지음.호메로스가 인간들에게 던진 '내 탓!'이라는 가르침.. 더보기
주름은 거부가 아니라 표현이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뭐든 말만하면 되는 세상이다. 과학은 인간의 요구를 들어주는 쪽으로 발전해 왔다. 생명연장을 물론이고 외모까지 과학에 의존하고 있다. 의료계에서 광고를 최초로 허가한 곳도 성형외과가 아니였을까. 예술의 창작처럼 얼굴은 창조주의 '다름'이라는 창작 기법에 의해 완성된 창작물이다. 얼굴의 주름은 부담스럽지만, 표정을 짓는데 꼭 필요하다. 많으면 부담스럽지만 없으면 아쉬운 계륵으로 표현해도 될지.무표정으로 일관하던 노인이 미소를 짓는다. 아들이 옆에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은 순환된다. 아이는 부모의 보호를 받지만 늙으면 자식의 도움이 필요하다. 나약함으로 시작하여 나약함으로 끝을 맺는다. 번식이라는 인간종의 유지를 위한 선택때문에 아이들을 좋아하는 풍토가 생겨났다. 물론 아이들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만. .. 더보기
현재와 과거과 공존하는 상하이! 연합뉴스 11월호 칼럼.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상하이 상하이 트위스트 추면서…’ 노래가사에 나오는 상하이로 떠났다. 처음인지라 여행의 진미인 낯섦을 즐기기에 좋았다. 과거가 사라진 화려한 상하이가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현재를 바라보며 과거를 찾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상하이는 느림의 여유와 기다림의 배려가 공존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항상 현재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내는 것은 숨바꼭질처럼 흥미롭다.오래된 건물 사이로 고층 건물이 하늘을 찌르듯 솟아 있었다. 연못 주변의 평온한 풍경과 대조적인 형상은 신에게 대적하듯 거침없이 보였다. 공존이자 공감으로 과거와 현재라는 두 피사체가 나의 카메라에 들어왔다.화가들의 그림이 대부분인 거리에서 사진 전시장이 눈에 띄었다. 작품들은 쿠션이나 다양한 소품에 인쇄되어 대량 생산되어 판매되고 있었다.. 더보기
나도 모르는 내 얼굴, <얼굴, 대니얼 맥닐>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과연 얼굴이란 무엇인가?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얼굴때문에 먹고 사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나다. 얼굴을 찍는 인물사진작가가 얼굴이라는 키워드로 소통하고, 얼굴을 활용하여 치유하는 일을 직업화하고 있다.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믿는 얼굴은 거울의 착시현상에 사로 잡혀 있는 것이다. 거울의 주관성을 사진이 객관화시켜 준다. 그러나 주관과 객관을 완전하게 분류할 수 없는 인간의 미완은 여기서 부터 시작된다. 인간은 거울 앞에 선 자신에게 속고 있으며, 그 믿음이 유지되길 바라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우리는 각기 자신에 관해서는 전문가이다. 자기 자신보다 자신의 생각, 열망, 역사 등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은 딱 한 가지 점에서 자신을 능가한다. 바로 얼굴이다. 다른 사람들은 .. 더보기
<사라짐에 대하여>, 사라진 것들에 대한 향수.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편지의 '기다림'은 이메일의 등장과 동시에 사라졌다. 스마트폰 속에 네비게이션, 오디오, 카메라를 집어 넣었다. 스마트폰이 없는 일상은 앙꼬없는 찐빵이다. 노래가사는 물론이고, 가족들의 전화번호도 잊어버린지 오래다. 편리함 속에 모든 것이 사라졌다. 사라짐은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감정까지도 'dellete' 중이다. "교묘한 조작과 유희, 수정, 이미지 재생의 모든 가능성은 '아날로그' 세상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이것은 또한 모든 긴장감의 종말이다. 이미지는 찍는 순간 그 장면과 함께 거기에 있다. 정말 말도 안 되게 뒤죽바죽이다. (반대로 폴라로이드 카메라에서 이미지가 느리게 순차적으로 나타나는 일은 그 얼마나 경이로운가!) 디지털적인 것에서는 바로 이 나타남의 시간이 없다." 장 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