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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

이런 깔맞춤 뒤에는 뭔가가 있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농가에는 없는 거 빼고는 다 있다. 도심에 살고 있는 나는 1년동안 쓰지 않는 물건을 버리자고 하는 반면, 시골에는 평생동안 한번도 쓰지 않는 물건도 즐비하다. 집주변, 마당이고 텃밭이고 뭐 할꺼 없이 쌓아 두고 널어논다. 그냥 보면 그렇게 지저분할 수가 없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미없는 것이 하나도 없다. 또한 그들끼리 관계를 따져보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모른다. 이곳은 고향집 창고 안이다. 입구에는 '보물창고'라는 펫말이 붙어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정리정돈을 잘하는 아버지의 손길이 닿았는데도 부산스럽게 보인다. 신기하여 한 컷 찍었다. 깔맞춤이 잘 되어 있는 장면을 찍은 것이다. 이건 사물들끼리 대화라도 나누듯 삼삼오오 붙어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새로 산 파란 색 끈이 파란 색의 소.. 더보기
마음을 열면 세상이 들린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마음을 열면 세상이 들린다.'이런 제목 보다는 마음이 열려야 세상이 들린다는 문장이 더 강력하게 어필될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에만 관대하고 타인에는 엄격하다. 나이트클럽의 시끄러움 속에서도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기라도 하면 금방 알아 듣는다. 소리만 그럴까, 어디서든 내가 들으려고 하면 그 소리가 들리고 보인다. 이게 세상의 이치이다. 오감이 세상의 기호를 읽어내는 역할을 한다. 소리나 사물이 들리고 보이는 것이 비단 청각과 시각에 의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모두를 총괄하는 마음이란 중심체로부터 좌우된다.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야산이다. 어디에서나 있는 베란다 끄트머리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나에게 존재의 의미를 보여주었다. 그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입춘이 지난 어느날, 베란다에서 앞산을.. 더보기
흰수염 난 아들이 희머리 어머니에게 대들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이건 막판을 의미한다. 그러나 끝날 무렵 이런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정신이 살아 있다는 거다. 서로의 이야기가 의미를 간직했을때만이 가능한 상황이다. 거대 담론이 오고 갔을 듯한 포스다. 당당한 뼛대가리는 오선지위에 올라 앉아 노랫가락을 읖조리고 있음에 틀림없다. 보이지 않는 소주잔이 건배사를 제안하고 있다.반쯤 타나남은 뼛대가리의 정체는 무엇일까? 단지 불에 타나만 잔재로 봐서는 안된다. 술김에 뱉어내던 어떤 의미, 존재라는 아우라가 덧씌워져 있었을 것이 틀림없다. 소줏잔의 건배사 사이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흰수염난 남자가 어느 노인에게 노발대발, '어머니가 직원이었으면 벌써 짤랐어요!', 아니 이런 싸가지를 봤나? 그리고 봤더니 백발의 어머니의 얼굴이 화사하게 웃는 모습이라니... 아마도 철없.. 더보기
일상이 사라진 눈온 날의 환영.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단조로운 일상은 사람들을 괴롭힌다. 긴 장마가 계속되다가 햇살이라도 비출때면 마음까지 후련해진다. 삶의 리듬은 음악과 같다. 음악의 생존 조건이 리듬인 것처럼 삶에서도 중요하다. 동해바다를 향해 이틀간의 공격을 감행했다. 준비되지 않은 여행, 현지인에게 모든 걸 맡기고 다가오는대로 받아들인 여행이었다. 색다른 경험에 대한 로망을 안고서. 첫날은 바닷가에서 파도을 바라보고 가슴 속의 열정을 토해내고, 갈대를 바라보며 잔잔한 내면과 조우하기도 했다. 둘쨋날, 이른 아침 자명종을 함박눈이 내리고 있음을 알려 주었다. 피카소도 마음에 두었던 파랑, 그런 파랑으로부터 아침은 시작되었다. 사람의 감정과 정서를 보여주는 것이 색깔이라는 언어임을 알 수 있다. 그럴 줄 몰랐다. 온 천지가 하얀 색이었다. 흰색 공간의 .. 더보기
사물 속에 숨겨진 비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았던 것.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사물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사물이 도구의 굴레에 갇혀 있는 것을 꺼내주는 행위가 예술이라고 했다. 그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예술 운운하기 전에 일상의 사유 속에서도 충분히 사물과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길을 가다가, 음식을 먹다가, 수다를 떨다가도 갑자기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다. 프레임 속에서 그들의 의미를 드러낼 수 있다.숯불구이집에 가면 누구나 볼 수 있는 물건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의 역할을 단순하게 규정하지만 살펴보면 다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숯불이란 말만 들어도 정겹다. 왠지 정서적으로 온기가 느껴지고, 그걸로 구어먹으면 힘이 불끈 솟을 것만 같다. 연기를 빨아 들이는 연통이 높낮이를 조절하면서 쓰여지고 있었다. 한참을 구워먹을때는 연기를 배출하는 역할을 했다... 더보기
'관심'적 사진찍기, 배움에서 배려로 노인들과 더불어 살기.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웃을 일이 없어요." 장수사진을 찍을 때 웃지 않는 노인들의 푸념섞인 핑게다. 건조한 일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예술은 주관적 사고가 형상화함과 동시에 관객의 객관적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쌍방이 공감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배움을 자신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배움은 타인과 나누는데 의미가 있다. 중앙대 인물사진컨텐츠전문가과정의 사진가들은 2014년 1년동안 그들이 배운 인물사진을 소외된 계층인 장애인이나 노인들에게 사진교육과 사진촬영을 통해 나눔을 실천했다. 포토테라피, 좋다. 그러나 그게 만병통치약일까? 나는 노인들에게 사진을 찍어주며 그들의 표정과 과정 속에서 변화를 확인했다. 그들은 사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는 관심이 필요한 것이다.. 더보기
대화 속에는 물음과 드러남이 있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한 장의 사진은 서로에게 대화를 주선하고, 그 안에 담긴 철학을 논하도록 해준다. 때는 겨울날 오후 4시 반경, 멀리 길을 따라 소실점이 만들어진다. 자연이 우리에게 보여준 원근법이다.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자태를 뽐내고 있다. 연갈색이 전체 분위기를 주도하며 우리를 추억 속으로 유인하기도 하고, 멀리 길가에 가로등은 섬세하게 그려낸 화가의 솜씨를 비유하기도 한다. "일상적으로 시골길에서 볼 수 있는 건데, 시간상의 문제일까요? 교수님의 탁월한 실력탓 같습니다. 전말 멋져 보이네요." "제가 잘 찍은 것이 아니라, 자연이 저에게 보여주기 위해 기다렸다고 하면 맞을 겁니다. 저는 단지 발견했을 뿐이지요." 두 사람의 대화는 다분히 일상적이다. 칭찬 멘트와 거기에 응대한 대화일 뿐이다. 그러나 단순한 대화.. 더보기
사물에 대한 영향력.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누군가 말을 걸어 온다. 못 알아 듣는 사람을 우리는 답답하다고 한다. 언어 소통의 부재! 그럼, 자연이 말을 걸어온다면 당신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사람이 말을 거는 것과 자연의 소리는 다르다. 언어의 표현 방식이 다른 것이다. 서로 통용할 수 있는 언어로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아침에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과학적 근거를 든다.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하면 우리들이 서로 진지하게 말을 터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없어진다. 어느 날, 강가에 피어오르는 현상을 접하고 사진으로 남겼다. 그것은 누군가 말을 걸어 오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사물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이른 아침, 물안개가 나를 부른다. 말을 걸어 오고 있는 것이다. 그건 물안개 만이 아니라 저 멀리 따뜻한 빛.. 더보기
배운 것으로 사회봉사. 중앙대 인물사진 컨텐츠전문가과정.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사진에 담은 초고령화 사회의 희망 웃으면 웃을 일이 만들어진다. 웃을 일이 있어서 웃는 것이 아니다. 초고령화를 맞이한 우리 사회에 희망을 던져주는 뜻 깊은 사진전이 열려 화제다. 오는 1월 28일 부터 2월 3일까지 인사동 동덕여대 갤러리에서는 중앙대 인물사진 컨텐츠 전문가 과정을 수강하는 사진작가들의 사진작품들이 전시된다. 백승휴 주임교수와 학생들은 인물사진을 주제로 다양한 체험활동을 했는데 이번 18기 수강생들은 여러 체험활동 중에서도 특히 노인복지시설에서 장수사진 촬영을 했던 봉사활동을 이번 전시회의 주요 아이템으로 선정했다. 이들이 경기도 참사랑 요양원을 방문한 것은 작년 10월. 장수사진을 찍는 일은 예상과 달리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 곳의 노인들은 카메라 앞에 앉아서도 웃을 일이 없다며 무.. 더보기
2015년, 성북구 평생학습과 포토에세이집 발간에 즈음하여.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사진은 여행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사진은 그것을 찍는다. 디지털 카메라는 누구나 쉽게 생각을 담아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나는 사진이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처럼 카메라는 새롭게 일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낯섦의 감정을 담아내고, 여행자의 설렘처럼 새로움을 찍어낸다. 장소의 이동이 아닌 다른 시선만으로도 신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 사진이 우리에게 낭만적인 여행으로 초대한다. 여인이 광장을 걸어가고 있었다. 사연이라도 있을듯한 모습에 셔터를 눌렀다. 아침에 내린 비인 듯, 반영을 찍어내기에 좋았다.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광장에 고인 물은 빗물이 아니라 바닷물이었다. 밀물이 광장을 덮고 난 뒤였다. 이방인에게 풍경은 달리 해석된다. 바다 위에 왕국을 건설했던 그들의 긴박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