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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Therapy

24년의 시간 속을 거닐다. 친구들과 함께.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했다. 요즘은 중학생만 되도 개인플레이를 한다. 부모와도 같이 다니려 하지 않는다. 우리때도 그랬다. 물론 그때는 가족끼리 여행을 다닌다는 게 어색할 정도였다. 나의 고향은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대천이다. 자랑스럽다. 고향친구들이 모여 <좋은 친구들>이란 모임을 만들었다. 흔한 이름이다. 이젠 오래되서 정겹다. 몇명은 탈퇴하고 다른 멤버로 채워져서 인원은 그대로다. 이 사진 속의 친구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아마 사진의 힘일게다.

좌측에 서있는 사람은 과거에는 행인이었으나 이번에는 친구를 대신 세웠다. 교감선생님이다. 우리는 보통 교감선생님도 엑스트라다. 이 정도다. 가운데 슬리퍼를 신은 친구는 지금도 슬리퍼다. 1자로 자른 촌스런 머리를 지금도 하고 있다. 아마도 두상이 어쩔 수 없나보다. 중학시절에는 선생님과 구별되지 않던 그 얼굴이 지금도 그대로다. 나의 머리 숫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세월의 속도에 휘말려 날라가버렸음이 틀림없다. 흰운동화와 흰양말을 구하는데 힘이 들었다는 후문이다. 그 당시 3박4일에 5만원씩 회비를 냈는데 이번에는 1박 2일이었는데 200여만원을 썼다. 요즘은 돈이 돈이 아니다. 

*멀리 건물 옆에 작았던 나무가 이젠 건물의 두배로 컸다. 우리는 늙어가는데 나무는 왕성하게 아직도 성장 중이다.

때는 바야흐로 24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대 제대하고 대학을 다니거나 복학직전의 친구들은 행을 떠났다. 청량리에서 기차를 타고 동해에 도착, 최종 목적지로 불영계곡에 있는 불영사를 택했다. 사진병 출신이었던 당시의 나의 사진에는 군기가 바짝 들어있다. 카메라의 기종은 니콘 FM2였다. 지금은 캐논에 밀렸지만 그 당신 니콘을 먹여살렸던 기종이다.  불영사도 변해 있었고, 우리 친구들도 변해 있었다. 세월 앞에 그 무엇도 온전치 못함을 보여주었다. 대웅전 앞의 계단 하나가 빠져 있어서 자세를 잡는데 당황스러웠다. 

참가자가 늘었다. 10년후에 또 찍는다. 이 자세로 찍는다. 더 추가는 되지만 여기서 빠지면 안된다.  

그냥 기념촬영이다. <24년사이>라는 프로젝트(가명)에 비하면 그냥 스틸이다. 그런데 찍고 보니 괜찮아서 10년 후에 또 찍으려 한다.

친구와 그의 아들이다. 부자지간에 오가는 눈빛이 정겨웠다. 최종운과 최경수, 앞으로 이들은 이 장소에서 10년후에 또 찍는다. 아들의 아들이 또 아들을 델꼬 오는 그날, 우리는 그 시간의 의미에 대해 곱씹으리라.

저녁나절, 많은 시간을 바닷가에서 보냈다. 친구들의 대화에서 잠깐씩 떨어져나와 파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장노출을 활용하여 찍었다. 파도는 치고 또 쳤다. 하염없이 쳤다. 낮에도 밤에도 지속적으로 쳤다. 모양은 달랐으나 소리는 비슷하게 다가왔다. 동해 비치 호텔이란 곳으로 숙박을 정했던 이유도 파도소리를 듣고 싶은 이유였다. 이렇게 24시간은 흘렀다. 온통 하루를 썼던 것이다. 그 시간 속에서 24년의 만남이 이뤄졌다. 칭찬에 인색했던 친구들의 칭찬이 쏟아졌다. 감동을 먹었던 모양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 행복했다.


24년의 시간 속을 거닐다. 친구들과 함께.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