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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나에게 실행을 가르쳐 준 2015년.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계획은 계획일 뿐이다. 길은 현장에 존재한다. 2015년 한해 동안 자주 읊조렸던 말들이다. 이론이 바탕이 되지 않은 실제는 무리수가 따르지만 현장을 무시한 이론은 탁상공론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세상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푸념하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다. <in spite of>,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고 말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전시회 대비하여 제자의 촬영장에서 스케치한 사진이다. 물론 작가도 이런 류의 뒷모습 사진으로 전시작을 결정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준비과정은 한시간도 넘었던 얼굴 메이크업은 난데 없고, 헝클어진 머리가 압권인 작품이 선택되다니. 작가도 모델도 계획하거나 기대하지 않았을 상황임에 틀림없다. 사진은 언어의 표현이다. 진정성이 담긴 언어, 그 사람의 심성과 상황을 숨김없이 보여줄 수 있는 곳이 다름아닌 뒷모습이다. 그렇다면 작가가 의도하는 최고의 순간이다.

컨셉을 정하고 촬영에 들어가면 절반이상이 현장에서 새롭게 완성된다. 2015년은 인물사진컨텐츠과정의 제자들과 다녔던 현장, 지역사진 아카이빙을 위해 마을사람들과 함께 했던 현장, photo play란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과 즐거움을 함께 했던 곳은 현장, 그리고  또 현장이었다. 모든 것은 현장에서 이뤄졌고 계획은 그 절반에 못미쳤음을 인정한다. 계획이 전부가 아니듯 모든 것을 광신할 수 없음을 배웠기에 이제 겸손하며 열정으로 그 벽을 허물어갈 것을 다짐한다. 2015년을 넘어 2016년을 겸손하게 받아들이려 한다. 그리고 기대한다. 또 다른 만남을 위하여...


나에게 실행을 가르쳐 준 2015년.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