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백승휴 칼럼/Photo Essay

일산 호수공원의 늦은 오후를 즐기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보는 게 전부일까? 그게 사실일까? 순간 순간 달라 보이는 세상은 인간의 감정처럼 그때 그때 변화되는 게 틀림없다. 호수공원을 찍기 위해 시간을 조절했다. 해가 서산으로 향하는 그 시간에 맞춰 카메라를 꺼냈다. 사람들은 매직아워라고 하지만 딱히 그런 시간이 있겠는가. 인공호수가 세월의 녹이 슬면 자연호수처럼 보이는 원리를 일산 호수공원에서 느낀다.


물 속에 반영을 찍으면 생각이 달라진다. 이런 장면은 동화 속 세상처럼 보인다. 이런 생각으로 시작하여 생각은 꼬리를 물려 자연 스럽게 생각지도 못했던 생각 속으로 데려간다. 반영 속의 풍경은 복잡한 우리의 생각처럼 섞여 있다. 반영 속에 실제같은 가짜 세상과 눈길에 거슬리는 실제 모습의 오버랩 때문이다. 현실을 피해 잠시 이런 세상에서 살고 싶은 건 비단 나만의 생각 뿐일까?

종족 번식처럼 인간은 순간을 남기려 한다. <나 여기 왔다 갔다>는 낙서처럼 흔적을 남겨 자타의 기억 속에 저장하려 한다. 나름의 포즈를 취한다. 그 공간에서 의미있던 순간도 함께 포장해 두려는 의지가 두 여인의 사진에서 발견된다. 

인간의 눈과 카메라, 이런 악연이 또 있을까? 카메라는 인간의 눈을 모방했다. 오토 시스템까지 카피한 것이다. 물론 자동조절 시스템은 인간의 것을 따를 수는 없다. 동공의 노출조정, 체온의 적정성, 평형감각, 마음이 동하는대로 찍으며 의미부여하는 등 다양한 것들은 카메라가  따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사진은 그가 끌리는 것을 찍는다. 그 끌리는 원인은 바로 알아낼 수는 없다. 그러나 일단 찍고 본다. 여러번 되새김질을 한 후에야 살짝 알까 말까다. 왜 찍는 지를 알고 찍으면 재미가 배가 된다. 의문을 가지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과정은 철학적 삶이자 새로움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일상을 즐겁게 사는 방법 중에 하나이다. 그 곳에서 찍히고 싶은 것도 인간이고, 그것을 찍는 것도 인간이니 세상 모두가 인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착각도 이해가 간다.

누구나 사진을 찍어 준다면 시키는 대로 잘도 한다. 뛰라면 뛴다. 웃으라면 웃는다. 어떤 포즈도 취한다. 사람 뿐 아니라 세상이 다 그렇다. 막 사진을 찍고 나오는데 안테나 같은 것이 눈에 띄었다. 꽃처럼 보이기도 하고 뭔가 정보를 캐내는 소형 레이더 처럼 보였다. 4차원에서 보내는 신호인듯 하여 신경을 곤두 세우고 느끼기 시작했다. 신호를 분석해 보니 <잘 가라> <다시 와라.> <인생 뭐 있냐>고 그런다.  

일산 호수공원에서 늦은 오후를 즐기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