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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한 장의 사진으로 사유하기.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사진 한 장도 쉽게 볼게 아니다. 찬찬히 훑어보면 엄청난 사실이 숨겨 있다. 생각처럼. 생각이란 게 파면 팔수록 더 깊어 지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디어가 샘 솟는다. 간단하게 말하면 <사유>이다. 사유는 단순한 생각보다는 숙성된 것이어서 내 안의 것을 끄집어 낸다. 나오기 시작하면 매력적인 것들이 술술 풀어져 나오며, 자신이 <이런 사람>이라는 것에 놀란다. 

이 단계에서 가장 좋은 것이 글쓰기이다. 글을 잘 쓰고 못쓰고는 중요하지 않다. 글쓰기의 고전으로 불리는 책 <작가수업>의 저자인 도러시아 브랜디가 한 말이 떠오른다. 아침에 일어나 글을 막 써라. 그리고 그건 다시 보지도 말라. 우선 그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올 건 다 나온 것이고, 생각의 엔진에 시동을 건 것이라고 말한다.

바닷가를 거닐다가 건진 사진이다. 건졌다고 말한다. 괜찮은 사진이라서 그런 것보다는 애깃 거리가 있어서다. 파도가 치는 가운데 낚시하는 사람이 있고, 비상하는 갈매기가 있다. 물론 이것 말고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하나만 꺼내도 족히 책 한권은 쓴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서 3가지만 논하려 한다. 인간의 인식 수준이 셋이 넘으면 집중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파도다. 우월하거나 대단히 멋진 건 아니다. 바닷가에 가면 널린게 이런 것들이다. 파도가 바람에 밀려와 바위와 부딪히며 생을 마감한다. 스르르 다시 밀려 갔다가 다시 모여서 오거나 저 멀리로 사라진다. 이 장면이 우습게 보면  힘들게 만들어진 파도가 서운해 한다. 이 모습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횟수를 투여한지 상상도 못할 정도다. 파도는 끊임없이 도전한 결과 이런 장면이 완성된다. 때로는 어이 없이 피그르 사라지기도 하고, 만들어진 결과를 무시하고 다시 도전한다. 파도는 보통 사람이 아닌 역동적인 삶을 사는 사람과 같다. 파도의 성취감은 대단하고, 지속적으로 창작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우리가 파도에게 배워야 하는 이유이다. 

낚시질을 하다가 잠시 떡밥을 갈아 끼우는 장면이다. 확신할 순 없지만 그런 거 같다. 아니면 고기를 잡아서 담느라 아가미에서 낚시 바늘을 꺼내는지도 모른다. 속단하지 말라. 그가 하는 일은 위대한 것이어서 우선 생각을 멈춰야 한다. 하이데거는 이런 장면을 위해 잠시 멈춤처럼 <괄호치기>를 제안한다. 선입견을 떼어내고 보라는 것이다. 액면을 보고 직감으로 들여다 보라는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선입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다.

비상하는 것이 있다. 갈매기라고 하자. 바닷가니깐 갈매기가 만만하다. 그냥 새라고 부르는 것보다는 나름 운치가 있다. 비상을 꿈꾸다. 새가 나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인간은 날고 싶을 때 새를 말한다. 때로는 총이나 돌을 던져 그들의 진로를 방해하거나 떨어트린다. 멀리 보기 위해 오르기도 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느끼려는 의도도 가지고 있다. 먹잇감을 확인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고, 폼내려고도 다. 과시 본능은 새들에게도 존재한다. 누가 새를 유유히 난다 했던가? 나는 지금 새를 빗대어 인간을 말하고 있다. 

비상하는 새, 바위를 때리는 파도, 세상을 낚는 어부. 이 세가지 만으로도 재미난 이야기와 깨달음이 존재한다. 이 얼마나 위대한 사진이란 말인가? 파도의 <될때까지>를 논하고, 새의 비상하는 과정에서 <부단한 노력>을 바라보며, <낚시꾼의 행위>가 인간의 삶과 너무나도 닮았다는 그 객관적 시선에 대해 우리는 느낀다. 깨달음이다. 두장도 아닌 한 장에서. 사진을 인지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인간을 사유하게 한다. 

한 장의 사진으로 사유하기.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