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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Therapy/여행 백승휴

탄자니아의 어느 마을, 그들의 색을 발견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여행의 묘미란? 우연한 만남. 차를 타고 가다가 '힐끔' 골목이 눈에 들어온다. 0,000001초보다도 짧은 시간이 마음을 움직인 거다. 어떤 연유로, 그걸 알려면 아마 정신분석 정도는 받아야 할 거다. 세렝게티에서 야생을 체험하고 돌아오던 길이라 사람이 그리운 걸까. 차를 세우고 골목입구에서 저 멀리까지 펼쳐진 골목길을 바라본다. 멍하니 바라본 이유는 <꿈결 같아서>라고 말하면 믿을까. 찐득찐득, 비가 내렸는지 바닥이 더욱 황톳빛을 띠며 고인 물까지 나를 유혹한다. 검정피부톤이 어두운 색이 아니란 거다. 생동하는 빛깔 속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 안의 기운이 꿈틀거린다. 지명은 아루샤. '어느 마을'이라는 단어로 이곳을 숨겨놓고 싶다.

마을 안에는 시장이 펼쳐져 있다. 미용실, 사진관, 옷가게, 식당, 과일파는 곳, 수리점, 가전제품 판매점 등 없는 거 빼고는 다 있다. 이 마을에서 사진찍는 방법이 있다. 가이드는 <제너럴>하게 찍으란다. 사람을 찍되 풍경 속에 넣어 자연스럽게 찍으란 얘기, 낯선 사람들에게 놀랄 그들을 위한 배려? 우선, 카메라를 든다. 손가락으로 셔터를 누르는 시늉을 한다. 그럼 'yes no!'가 바로 나온다. 고개를 돌리거나 손사래를 친다. 허락하는 표정이 참 좋다. 한 술 더 떠서 가까이 다가가 포즈까지 요구한다. 이런 저런 에피소드를 남기고 그곳을 나온다. 이방인 때문에 정신팔려 생업에 지장을 주면 안되니 말이다.

왜 일까? 그 곳을 방문이라 말하지 않고 <발견>이란 적은 이유. 신세계 발견? 아무튼 황토색 흙길, 중간 중간에 질퍽하게 고인 물빛, 패션엔 신경을 안 쓴듯 막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패션테러리스트들. 오래된 질감, 화려한 의상톤, 검게 그을린 피부톤이 콜라보라도 한 듯 잘도 어울린다. 그곳에선 어설픈 피부톤의 황인종이 촌스럽다. <아예 검으려면 그들 정도의 톤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로 관념을 재규정한다. 시장 사람들은 어슬렁거리는 듯 보이지만 역동적이다. 이방인을 바라보는 눈빛엔 뜨거운 레이저가 담겨있다. 관심일 거다. 수줍은 듯 카메라 앞에 과시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꼬마, 나를 찍으라고 손짓하고 포즈까지 취하는 친절남, 게의치 않고 열중하는 점원, 신문을 보거나 당당하게 길을 걸어가는 아낙의 모습도 나를 심쿵하게 한다. 이런 발견은 우연이기엔 기회를 준 많은 조건들이 있다. 우선 한가지만 살짝 말하고 싶다. 세렝게티의 여행 디자이너 박은파 대표이다. 그녀는 프로 중의 프로란 생각을 여행중 반복적으로 되뇌이게 한다. 세렝게티에서 응고롱고로에서 나오다가 이 마을을 여행코스에 넣을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탄자니아의 어느 마을, 그들의 색을 발견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