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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Therapy

70세, 그녀는 비로소 아트 테라피스트가 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70, 그녀는 비로소 아트 테라피스트가 되다.

노인은 외롭다? 아니다. 원래 인생이 그렇다. 태어나면서 가지고 온 것이 둘이 있는데 하나는 죽음이고 또 하나는 고뇌이다. 사람들은 죽음을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노년이 즐거우려면 그것을 인정해야한다. 고뇌, 그것을 즐기면 삶이 풍요로워진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대한민국의 현재, 노인문제는 국가적 과제다.부부로 살다가 남편이 쓰려지면 아내가 병수발을 든다. 거동이 불편한 남편에게 아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른 방법으로 남편을 편안하게 해주는 여인이 있다. 그림을 그렸고, 그 밑그림은 자연 속에 묻힌 풍경들을 사진으로 찍어내곤 했다. 그 그림이 남편에게 안겨지며 남편의 반응은 달라진다.

 

물론 그녀는 나에게서 사진을 배웠다. 내가 주장하는 실용학문, 배우면 써먹어야 한다는 논리가 들어맞는 경우이다.

"눈 내린 자작나무는 내려놓음을 의미하고,녹색의 봄은 생명의 탄생을 의미하며,붉은 장미는 열정적인 삶으로의 초대를 의미한다. 나는 남편에게 희망이고 싶다."원래 그림이나 사진은 자기투사적인 요소가 강하다. 그러나 그녀의 그림에는 온통 남편에 대한 사랑만이 담겨있다.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이치를 그림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남편에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안한 삶을 살아가라고 종용하는 내용이었다.

당신에게 바칩니다.’

정성스럽게 그린 그림에 의미를 부여한 아내의 말을 들으며 남편은 깊은 생각에 잠긴다. 늙음이란 육체의 사그라짐이 아니라 정신적인 여유를 갖는 시기이다. 마음 안에서 모든 것이 생성과 소멸을 맛본다. 생각의 차이가 몸과 마음을 아우른다. 인간이 그렇지만 노인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사랑은 관심에서 시작되며, 그 방법 중에 눈으로 보는 것보다 확실한 것은 없다.

 

그녀는 남편이 운동하는 시간을 이용하여, 주변을 돌아다니며 밑그림을 사진으로 스케치한다. 다양한 각도의 앵글을 통해서 자신의 의도를 채워간다. 그리고 아내는 남편의 옆에서 붓을 든다. 항상 함께하는 것이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언어적 표현보다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내면의 표현이다. 웃음소리보다 강한 미소가 남편의 얼굴을 감싼다. 야전에서 호령하던 그 모습 그대로를 상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상상이 아닌 현실 속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 인생 70, 비로소 남편 한사람만을 위한 아트 테라피스트가 된 것이다. 남편의 주치의는 아내다. 그에게 육체의 불편함은 자유로운 영혼의 그늘 속에 묻힌다. 그는 지금 행복하다. 내가 그녀에게 가르친 것은 사진이 아닌 사랑이었다. 그녀에게 사진은 방법이 아니라 의미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