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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경력자 우대, 김순성작가의 삶을 우대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역사와 철학 강의장에는 반백의 중년들이 앉아 있다. 성현들의 조언을 얻고자일 것이다. 현명한 삶의 방법을 구하고자 하는. 성현들은 먼저 살다 간 사람, 경력자이다. 당연히 우대를 받아야 마땅하다. 뭔가를 갈구하며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묵묵히 살아가는 인생 선배가 있어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김순성작가이다. 그는 사진으로 노는 사람이다. 그의 놀이터, 서종면에는 '겔러리 B612'가 있다. 그는 거기서 놀고 있었다.

석양이 발악을 하고 있었다. 건너편 산으로 넘어가는 햇빛이 길게 그림자를 만들며 사진의 존재를 말하고 있었다. 창틀사이로 들어온 빛이 사물들이 춤이라도 추는 듯한 형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마치 주인의 흥겨운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 선명하게 사물을 표현하는 것은 기계가 할 일이고, 사람은 가능성을 부여할 뿐이다.

암갈색의 드립커피는 주인을 닮은 듯했다. 삶을 곱씹으며 철학적 사고로 삶을 관망하는 모습. 멍든 가슴을 부여앉고 자신의 횡한 현재를 보다듬는 인간의 애처로운 모습처럼. 그건 인간의 삶이자, 누구에게나 가져야 하는 과제같은 것 아닐까.

분주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얼굴에는 설렘과 재미가 보인다. 음악의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듯했다. 커피를 내리며 오가는 사람을 기다린단다. 사진에 대한 그의 철학은 절대성을 가지고 있다. 분명한 원칙이 꽉 다문 입술처럼 반듯하다. 석양의 따스한 빛이 그를 더욱 인간적으로 보이게 했다. 

그는 길가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는 그 사람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이 길을 지나면 양수리가 나온다고 했다. 산맥과 길이 시골스런 정취를 가득 담아놨다. 4계절이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듯하다. 전시장 뒷편에는 두 내외가 사는 집이 있다. 뜰에 심어놓은 소나무가 아직은 아이의 모습이지만 세월이 흐른 뒤에 뜨거운 햇살을 가리는 그늘을 만들어 줄 것이다. 그 시간들이 기다려질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명작가의 전시작품이 안에 붙어 있다. 갈대를 찍은 작품인데 그 안에 비춰지는 창밖이 풍경에 눈길이 더 갔다.

전시장에는 황숙정 작가의 '북한강에서'란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여류작가의 멋진 작품이 평온함을 말해주고 있었다. 작가는 안개를 '덮어줌'이라는 어휘로 풀어가고 있었다. 보기 싫은 것까지도 안아주는 작가의 연륜에 찬 배려가 덧 보였다. 오랫 동안 작품 앞에서 나 자신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작품집도 전시되어 관람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작가의 작품은 지속성과 성실함이 작가의 고단함이 풍겼다.

전시장에 가는 중년남성 김순성작가의 멋진 모습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커피는 원가 이하로 제공되는 특혜도 누릴 수 있다. '백승휴'란 이름을 대면 그의 입꼬리가 더 올라가는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그에게 사진은 찍는 것만이 아닌 사진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전부 사진행위라고 말했다. 나와 입이라도 맞춘듯 공감하는 어휘들에 더욱 정감이 갔다.


경력자 우대, 김순성작가의 삶을 우대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