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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기차여행, 군산을 거쳐 익산역에서.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여행의 적기는 언제인가? 덥고 추운 날 빼고? 그럼 대한민국에서 1년 중 몇일이나 남을까. 폭염이 시작되던 어느 여름 날, 남쪽을 향하여 기차여행을 떠났다. 처음 만난 곳은 군산이었고, 올해만 해도 두번째 방문이었다. 길눈이 어두는 나에게는 첫번째나 두번째나 마찬가지였다. 맑은 날씨와 파란 하늘에 뭉게 구름이 이국적이었다. 그늘을 빠져 나가기가 무섭게 땀은 흥건하게 온몸을 젖셨다.

주황색 지붕과 파란 하늘 그리고 흰색이 대비. 녹색 이파리가 이들의 수다에 끼어 들고 있었다.  구도와 관계없이 좋아하는 색깔들만 전부 집어 넣고 찍었다. 자연은 스스로 어우러 진다. 어린 아이의 소꼽장난처럼, 집중과 몰입이 다른 것들을 바라볼 수 없을 정도이다. 나는 다양한 형체와 색감에 심취해 그 이외의 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다. 여기는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가 존재하며, 이 사진으로 인해 어떤 것들이 떠오르는지는 그 다음으로 미루고 있었다.

똑바로 서서 찍는 것만이 기념촬영의 조건은 아니다. 찰나란 자신이 원하는 시점이다. 엉거주춤한 모습 또한 우리의 모습이며, 그 사진 또한 기념하기에 나쁘진 않다. 일제시대 세관, 국민의 피를 빨았던 그곳에서 '상기하자!'란 의미를 되새기며 사진을 찍었다.

박물관에서 관람을 마치고, 인증샷을 했다. 이 포즈가 바로 우리가 기존에 자주 찍던 아주 익숙한 자세들이다. 

관광객들은 이름난 곳만 찾아가 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역사 주변에도 찍을 거리는 즐비하다. 물론 빛이 도와 줘야 한다. 어둠을 밝히는 등과 나무들의 그림자가 벽면을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플랫폼 건너편에 싸여있는 컨테이너의 현란한 색상과 하늘을 부각하기 위해 일행의 이미지를 실루엣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그 실루엣이 더욱 부각되면서 사진의 중심에 서고 있었다. 사람과 풍경은 그 무게감을 비할 수 없는 하나임을 인식할 수 있었다. 

코레일의 3일 자유이용권은 진정 자유를 준다. 자리에 얽매이게 하지도 않는다. 주인이 오면 일어나야 하는 번거로움은 물론 있다. 세상 모든 것들이 좋을 수는 없지 않은가? 식당 칸에서 바라보는 창밖의 풍경이 정겹게 다가왔다. 논두렁 너머 멀리 보이는 아파트 건물들은 지방 도시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4계가 뚜렷한 대한민국! 갈때마다 새로운 옷을 입고 있는 자연이 우리에게 선물을 준다. 감사할 일이다.


기차여행, 군산을 거쳐 익산역에서.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