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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Therapy

여행은 낯섦이라는 자극을 받는다. 진정!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는 것을 사람들은 낭만스럽다고 한다. 낭만의 사전의 의미는 로망이다. 로망은 흔히 꿈을 꾸는 것이다. 하고 픈 것이고, 현실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들기에 그런 꿈을 꾸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바쁜 일상을 살고 있고, 그런 삶에 중독되어 살아가고 있다. 몰입이라고는 할 수 없는 단지 빠져사는 그런 삶의 형태이다. 안타깝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한참을 지난 후에야 후회하곤 한다. 아니 후회라기 보다는 되집어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삶에서 뭐가 중요하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당장 급한 일에 급급해하며 그게 전부인냥 착각하며 산다. 나도 그렇다. 누구를 탓할 수 없는 대한민국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 

그래서 떠났다. 무박이일, 정동진에서 아침을 맞을 생각으로 훌쩍 떠났다. 달걀과 사이다를 챙겨서 밤열차에 몸을 실었다. 기대 이상의 기대를 안고서.

4시 30분, 역시 기차는 어김없이 정동진 앞바다를 보여주었다. 해는 보이지 않았으나 내가 좋아하는 그라데이션이 마음을 급하게 만들었다. 역무원의 호로라기 소리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차가 차고지로 들어가 바다를 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가지고 간 삼각대를 펴 놓고 1-2초 할거 없이 마음이 드는 색깔, 눈에 보였던 그 색깔에 맞는 노출을 찾아내기위해 안간힘을 썼다. 드디어,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장엄할 지경으로 내 눈앞에 펼쳐졌다. 사진은 현장에서 내가 봤던, 비록 그것이 착각일지언정 그 색깔을 카메라의 뷰파인더에서 만나야 한다. 현장에서 그 결실을 맛봐야 한다. 그래서 사진은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번에 함께 갔던 단전호흡 사범이 없는 관계로 내가 직접 진두지휘를 했다. 다분히 사이비적이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믿고 따랐다는데 정통 그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단언한다. 누워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바라보며,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곳과의 호흡을 하는 것이기에 바닥으로부터 끌어오르는 기운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몸은 축 쳐지고 눈은 멍해보이다가 이 절차를 마치고 나니, 날라다니는 듯 했다. 이게 축복이 아니고 무엇이랴!

뛰고 달리고 시키는 대로 따랐다. 나는 그곳에서 교주가 되어 말로써 모든 것을 완성시키고 있었다. 달리는 관성에 의하여 바로 바다로 빠져들어갈 듯한 기운이었다. 소리치며 그들은 과거로의 회귀를 시도했다. 목소리도 아이들처럼 경쾌하고 가벼웠다. 옆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나도 기분이 좋아졌으며, 심지어 카메라의 셔터소리까지 경쾌하게 들려왔다. 이런 말을 되새겼다. '지들이 앤들 알아요.'.

파도가 고함쳤다. 장엄한 오케스트라는 고음을 뱉어내며 우리를 반겼다. 바다가 같은 바다가 아니었다. 똑같은 파도도 없었다. 소리와 모양이 그때 그때마다 다른 모양이어서 한참을 지켜봐도 식상하지 않았다. 앞으로 쭉-욱 밀려왔다가 다시 돌아가며 밀당으로 우리의 마음을 붙잡는가 하면,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면서 다양한 소리와 모양을 하고 있었다. 마치, 현란한 서커스단의 기술을 선보이는 듯한 감동이 있었다. 한참을 카메라를 들고 그 모양에 빠져 멍하니 서 있었다. 시간이 멈쳐버린 듯한 환희를 맛봤다. 놀이에 빠진 아이처럼 파도와 이야기라도 나누는 듯한 느낌?

대관령 정상에 올랐다. 풍력발전기의 날개가 쉴새없이 윙윙 소리를 내며 돌고 있었다. 바람 소리와 풍차의 날개짓이 서로 소통을 하며 흥겨운 노래라도 부르는 듯 했다. 그 노래에 맞춰 그들은 아이처럼 높이 날아 올랐다. 자칫 센 바람이 동해바다까지 날려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이곳은 모두를 동심이게 만들었다. 유치한 생각들이었지만 그 생각 속에서 빠져나오기 싶지 않았다. 고함소리를 지르는 그들은 반주에 맞춰서 노래하는 음악시간같았다. 풍금소리와 선생님의 미소는 아이들의 함박웃음과 노랫소리를 만들어냈던 그 시절 그때를 기억하도록 했다.

하루를 꼬박 함께 했던 우리는 가족 그 이상의 정겨움을 가지고 돌아왔다. 섬으로 들어가 뱃시간을 잃어버리지 않아도 연인과의 이런 여행이라면 사랑에 골인하는데 문제 없을 것이다. 장담한다. 청년들이여!


여행은 낯섦이라는 자극을 받는다. 진정!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