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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Therapy

타인을 의식(배려)하는 자아.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아이의 조잘거리는 말 속에는 아이의 생각이 담겨있다. 글이 말을 대신하고, 그 글은 다시 그를 표현한다. 자신을 표현한 사진으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자신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힘들기도 즐거워하기도 한다. 관심은 상대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인간은 누구나 의식하고 산다. 의식이라는 틀은 데미안에 나오는 작가의 말들처럼,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본 글에서 사진을 선택하고 선택이유를 말하는 과정에서 그를 만나게 된다.

"오늘 찍은 사진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스튜디오 수업이 처음이라 사람들과의 만남도 긴장이 되었고, 전날 거의 밤을 샜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의상도 지난주와 거의 동일해서 사진 찍을 때서야 알고 좀 당황스러웠다. 사진 찍는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고, 웃음도 나오지 않았고, 피곤했던 것이 관건이었다. 역시나 사진에는 내 마음이 나타나는 것 같다. 웃으려고 했지만 웃는 얼굴도 아니고 지친 모습이었다. 

사진을 찍다보니 좀 몰입하게 되고 피곤함 속에서 여유를 찾으려고 했던 것 같다. 손을 뒤로 감추고 있었으며 여유로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표정은 웃으려다 만듯한 표정이 다른 사람들이 조금은 어려워하고 조심스러워하지 않을까하는 생각과 '오늘은 좀 혼자 있고 싶네요'라는 마음의 표현이었듯하다. 옷분위기도 배경과 어울리고, 다른 사진에 비해 날씬해 보이는 점도 이 사진을 고르게 된 이유이다."


대관령 삼양목장에서의 사진이다. 거센 바람이 모두를 날려버릴 듯하다. 나뭇가지가 상대를 보호하려는 몸짓을 하고 있다. 자연은 그들끼리 어우러져 살아간다. 때로는 배타적으로, 때로는 배려하면서. 먹이사슬도 결국은 서로를 위한 타협의 일환이다.

참여자는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음을 낯설음으로 표현했다. 사진은 마음이 담긴다. 불편한 심경이 사진에 고스란히 담겨져있기 때문에 어색해 한 것이다. 어색했던 것을 첫수업과 공간이라고 말했지만 결국은 사람이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 대한 낯설음인 것이었다. 모든 관계는 사물이라기 보다도 사람과의 관계이다. 낯설음에 대한 불편함이 웃지 않는 표정으로 나타났다. 웃으려고 했는데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것은 웃으려고 애썼던 것은 그 이유도 자신을 위한 것보다는 타인이 불편해 할 것을 염려하고 있었던 것이다. 불편했던 이유 중에는 사진에 대한 결과를 의식하고 있었다. 지난주와 똑같은 의상이 문제였고, 여성으로서 똑같은 의상으로 촬영하고 싶지 않았다. 똑같은 의상을 한 자신을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남을 의식하고 있었던 것은 배려였다. 배려도 의식의 일종이지만 타인에게 웃는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 웃으려고 애를 썼지만 안되었고, 의상에 대한 부분도 지난주와 똑같은 모습이어서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이다. 타인에게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상대가 조심스러워하지 않을까라는, 편안하게 느끼지 않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손을 뒤로 빼고 기댄 모습이 여유로워 보인다고 했고,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몰입으로 인하여 편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서서히 참여자는 사진찍는 과정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배경과 어우러지고 날씬해 보이는 사진으로 골랐다. 이 또한 타인을 의식하는 배려의 마음이었다. 참여자는 자신보다도 남을 의식하고 배려하는 과정에 있다. 나를 위한, 나에 의한, 나의 삶으로 다가가는 모습이 필요하다.


타인을 의식(배려)하는 자아.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