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백승휴 칼럼/Photo Essay

<아트인문학 여행> 베스트셀러 기념, 책에는 없는 사진이야기 1.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여행을 다녀온 후, 몇개월만에 책을 낸다? 훌륭하고도 행복한 일이다. 그런데 행운처럼 그게 이뤄졌다. 출판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꿀구라 김태진교수와 동시강좌에서 되뇌었던 멘트다. 찍었던 사진을 꺼내 보며 책 속에 들어가지 않았던 사진들을 보면서 번뜩이는 생각들! 현장에서 '화들짝'하며 반기다가 돌아와선 장롱행이라. 뭔가 배신이라도 때린 것처럼 죄책감이 일었다. 아트인문학여행은 꿀구라 김태진과 막구라 백승휴라는 컨셉으로 시작되었다. 출판사를 정하지 않고 둘이 떠났던 여행, 그것도 르네상스의 발원지인 이테리를 향해서 말이다. 밀라노, 피렌체, 로마, 베네치아를 훓고 다녔다. 나의 역할을 과거의 천재들을 불러내어 시각화시키는 일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과거스런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그거기위해선 사전 준비도 필요했고, 현장에서 꿀구라의 해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꿀구라는 막구라가 막 던져야 하는데 사전 학습을 많이한 관계로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감동한다는 걸 깨달았던 여행이었던 것은 틀림없다.

골목이 좁은 틈바구니로 빼꼼히 뭔가를 들여다보는 호기심처럼 보인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먼지처럼 두껍게 쌓인듯한 질감이 다분히 '의도했던' 과거스런 느낌이었다. 얀간의 역광은 피사체를 언뜻 보기에 만나려했던 존재자를 스치듯이라도 만날 듯하다. 감정은 기억을 불러들이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러한 감정이란 의미는 그러한 정서 즉 느낌을 말하는 것이다. 느낌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타인과 소통할 수 없는 소재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공감할 수 있을 정도의 이미지를 통하여 느낌을 전달한다면 그것을 소통이라고 말한다. 이 장소는 그 안에 존재하는 공기의 질감이 충분히 현장에서 사진으로 뽑아내어 상대에게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이테리의 피렌체는 잔잔한 호수와 같다. 길가에 사람들도 호탕한 웃음보다는 다정한 미소로 사람들을 대한다. 더 특이할 점은 500년전의 건물과 골목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인사동 전통거리와는 사뭇 다른 무엇이 존재한다. 르네상스 시절의 천재들이 걸었을 그 거리, 그리고 벽면들을 마주대하며 고뇌하고 지혜를 갈구했던 그들이 골목 여기저기에서 불쑥 나올 것만 같았다. 골목에는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고, 세월의 질감이 과거로의 여행을 가능케 한다.

돌로 바닥을 깐 골목길들, 노란색 색감이 특이하게 다가오는 건물의 벽면들, 피자와 스파게티가 일품인 식당들과 어깨에 힘이 들어간 주방장들, 그리고 뒷맛까지 여운을 감돌게 하는 에스프레소 등, 모두가 그냥 좋아보이는 그곳을 나는 이 사진 한장으로 말하고 싶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5-6층의 건물들 사이로 난 좁은 길, 그 틈바구니로 살짝 얼굴을 내민 푸른 하늘은 뭉게 구름에 가려져 있었다. 시간을 뛰어넘어 과거로 안내해 주는 피렌체는 모두가 예술이다. 미켈란 젤로 광장에서 내려다볼라치면 피렌체는 물감을 짜내어 물도 개지 않고 그려낸 찐하게 그려진 그림같다. 사연이 묻어 있을 듯한 벽면과 골목의 그늘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정감이 그렇게 보이게 한다. 바로 집안으로 인도하는, 안으로 정원이 만들어져 있는 다분히 폐쇠적인 건축양식이지만 그들의 역사 속에서 생존 위협에 방어하기위한 지헤로움이 담겨있다. 피렌체, 한번 가면 그 끈적거림이 가슴 속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도시전체가 응축되어 있는 매력적인 곳, 특히 골목이 나는 좋더라.


아트인문학 여행 베스트셀러 기념,  책에도 없는 사진이야기 1.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