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백승휴 칼럼/Photo Essay

<아트인문학 여행> 베스트셀러 기념, 책에는 없는 사진이야기 2.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영화가 뜨면 주인공이 출연했던 지역의 땅값이 뛴다. 관광객이 몰리고 영화 속 장면이라는 아우라가 그곳을 유명지로 둔갑시킨다.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다. 남이섬은 욘사마의 환영을 쫓아 일본여성들이 찾아온다. 그래서인지 영화나 드라마의 대박을 꿈꾸며 지자제의 유치작전이 치열하다.  피렌체는 영화로 더 유명해진 곳이다. <냉정과 열정사이>란 영화는 피렌체를 배경으로 한다. 피렌체로 떠나기 전 영화를 몇번 보면서 피렌체에 대한 꿈을 키웠다. 두 주인공 준세이와 아오이. 그 절정은 두오모 성당의 쿠폴라에 있다.

피렌체의 일정은 두오모 성당의 쿠폴라에 오르는 것으로 시작됐다. 가파른 계단은 단숨에 숨을 헐떡거리게 했다. 어렵사리 정상에 오르자 시원한 바람이 우리를 맞이했다. 피렌체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미켈란 젤로 광장이 보였다. 

사람들은 이야기에 좋아한다. 영화, 소설, 수필, 그리고 수 많은 창작품들이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피렌체에는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영화가 두오모 성당의 쿠폴라를 유명 관광지로 만들어 놨다. 일단 오르면 그 스토리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현실에 없는 이상세계를 꿈꾸는 것이자 그 둘을 동일시하여 현실에서 그것을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책의 앞부분에 이런 말이 있다. 보이지 않은 것을 보려면 보이는 것을 잘 봐야 한다고. 보이는 것도 보는 방법을 배워야한다. 사진찍기는 그것으로 가는 쉬운 방법이다. 더 잘 보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와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곳에서 만났던 한국 대학생! 영화 속 남자 주인공을 흉내내기위해 하루종일 꼭대기에 있겠다던 그 대학생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궁금하다. 

두 연인을 만났다. 멀리 보이는 풍광은 멀어질 수록 뿌연 안개처럼 그라데이션을 보였다. 잿푸른 하늘이 그 안에 무언갈 품은 듯했다. 같은 색깔을 한 지붕들이 도시 전체가 하나임을 보여주었다. 천재들의 걸었을 그 길을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기분은 묘했다. 세월은 흘렀다. 그러나 잘 보존된 길거리를 통하여 환영처럼  그때가 보여졌다. 상상의 날개를 펴고 훨 훨 날아 그들이 걸어가는 곳을 동행하는 듯했다. 과거의 환영 속 인물과 영화 속의 가상 인물을 번갈아가며 상상과 현실이 오버랩되고 있었다. 프레임 속에는 영화의 환영과 과거 시간으로의 환영이 번갈아 다가왔다. 이들의 사이엔 어떤 사연이 존재할까를 상상하는 중간에서 꿀구라가 끼어들어 상상에서 현실로 끄집어 내렸다. 자리를 떴다. 과거의 천재들을 만나기 위해 나는 카메라를 다잡았다. 피렌체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아트인문학 여행> 베스트셀러 기념, 책에는 없는 사진이야기 2.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