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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풍경과 표정, 둘은 하나였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얼굴은 표정으로 상대에게 감정을 전달한다. 풍경에도 자연과 인간을 통하게 하는 표정이 있다. 풍경과 표정, 둘은 닮아 있다. 포커페이스는 들키지 않도록 숨기는 것이고, 자연은 보여주기 위해 은폐하고 있는 것이다. 일기예보가 없던 시절, 날씨를 예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자연이 보여준 표정 때문이었다. 오랜 세월 인물사진을 찍었던 내가 풍경사진을 가르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그들만의 표정을 읽어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눈이 그친 아침이다. 고요하다. 더 내려야 하나 그쳐야 하나를 자연은 고민하고, 그 상황을 읽는 사람들은 두려움이냐 환희냐를 선택하는 기로에 서 있다. 기본적으로 깔린 빛깔의 톤이 따스하게 다가오면 환희스럽고 흥미로울 징조이고, 차가운 쪽으로 흐르면 다음 이뤄질 것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상황을 보고 느끼는 감정이 현재 그 사람의 감정상태를 측정할 수 있게 한다.

읽는 방법을 터득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서두에도 말했지만, 인물사진을 오래 찍어온 사진가로서 풍경사진을 가르친다는 것은 황당한 문제였다. 그러나 맥락을 알면 그건 결코 다른 문제가 아니다. 견해라기 보다는 체험에서 얻은 노하우라고 해야 한다. 관상학처럼 통계학은 반복을 통해서 터득한 방식이 아니던가? 사진을 찍는 것은 사태를 객관적으로 기록하는 행위이다. 객관이라는 것은 주관의 합이다. 주관들이 모이면 객관적 신뢰를 갖게 된다. 얼굴은 미묘한 근육운동을 통하여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낸다. 풍경도 마찬가지다. 햇빛의 양과 방향, 그리고 그 질감에 따라서 다르게 다가온다. 물론 바람이나 눈 비 또한 이런 햇살의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낸 자연현상이기에 모든 것을 태양이 관장한다고 하자. 그렇다면 얼굴의 표정과 풍경 속에 담긴 메시지를 읽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미술관에서 화가가 그린 작품은 가만히 바라보는 것처럼,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을 잠기는 것은 그 내면을 읽어낼 수 있다. 사진 뿐만 아니라 우리는 보이는 것을 표현하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내고 그것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두배이상의 즐거움을 준다. 사진, 이제부터 보이지 않는 것을 찍자. 즐거움이 두배라니깐...


풍경과 표정, 둘은 하나였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