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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꽃이나 찍는다고 했다. 그러나...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일상에 감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주변을 하찮게 여겼다. 도심 속에 오래된 자연, 선정릉이 강남에 있음에 놀랐다. 수백번도 넘게 지나쳤을 그 곳, 안으로 들어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가보면 십중팔구 놀란다. 정돈 속의 자연미. 몇 년전 그를 만났다. 이젠 틈만나면 들어간다. 

사진 수업시간, 사람들은 꽃을 찍어 온다. 이유는 예뻐서라고 했다. 보자마자 식상한 느낌과 다른 사진은 없느냐고 핀잔반 짜증만이었다. 그런데 나는 꽃을 찍었다. 릉안의 꽃이란 누군가에 의해 조경되었지만, 이런 꽃들이 좋은 건 들꽃같기 때문이다. 자생, 스스로 피어나 아무도 모르게 살아지는 그 꽃 말이다. 무관심 속에서도 혼자 희로애락을 접하다가 혼자서 그렇게 가버리는 꽃 말이다. 사실, 인간의 삶과는 달라서 우리가 배워야하는 지혜같은 거다. 타인의 시선을 바라다가 힘겨워하고 짜증을 내고 분노하다가 자신으로부터의 즐거움을 찾아내지도 못한채 그렇게 시간을 흘러보낸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그 시간들을 하염없이 그렇게.


나에게 주는 꽃다발, 예쁜 꽃집의 아가씨가 싸 줘도 이만할까? 리본으로 싸지 않아도 좋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이 느낌을. 내가 받고 난 뒤, 다시 싸줘도 괜찮다. 이렇게 자연은 우리에게 매일 말을 걸어오고 선물한다. 이럴려고 기다린다. 우린 만나주기만하면 된다. 참 쉽다.

이러다가 간다. 시든 꽃이 이렇게 아름다운 지 이제서야 느낀다. 활짝 핀 꽃들에 눈길을 주던 날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화들짝 놀라며 그들 안아준다. 찰칵거리는 셔터소리는 그에게 위로다. 감싸 안음이다. 지금 이 순간 나를 만나지 못했다면 그와는 안면도 없이 영영 사라졌을 그들과의 만남, 이런 만남들이 얼마나 될까? 셀 수 없는 경우의 수를 우리가 알고는 있었는지.... 만나는 것들에 대한 경의를 표한다. 이런 예정된 만남을...

들풀이다. 무시당하는 일은 이젠 익숙하다. 혼자 논다. 상대적 왕따, 선제적 공격을 통해 자신에게 돌아올 외면을 외면한다. 이런 햇살과 대화하고, 바람과 노니는 자태는 고고한 학같다. 작아서 보이지도 않을 꽃잎을 보노라면  흔들리는 바람에도 그의 얼굴은 숨어버린다.  이제서야 찾아온 나를 기다림에 지쳤을 그가 대하는 태도이다. 수줍은 것이다. 원만이 아니다. 감사해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남이란 그들과의 관계를 드러내는 과정이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이 가장 적절한 순간임을,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그들에게서 배운다.


선정릉에 또 한다발의 꽃을 발견했다. 그들은 중년여성들이다. 그들은 들꽃처럼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를 찾아가고 있다.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서 새로운 나를 만나려한다. 나를 찾는 나, 내 안의 나와의 만나려 한다. 타인이 아닌 나, 얼마나 진정한 만남인가?


꽃이나 찍는다고 했다. 그러나...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