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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무박의 부산여행기, 아침의 안개가 여운을 남기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하루를 길게 사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밤차를 타고 새벽에 도착하는 여행을 떠나면 된다. 피곤하지만 인생을 길게 쓴다는데 이보다 좋은 게 어디 있을까. 서울역에서 10시 50분 부산행 기차를 탔다. 4시 5분에 부산에 도착하여 첫번째 도착지는 태종대였다. 입구에 도착하자 안개가 자욱했다. 해돋이를 보지 못한다는 불평을 뒤로하고 태종대로 향했다. 나에게 안개란 새로움을 극대화해주는 좋은 친구다.


해 뜨기전, 안개 속에서 포근하게 다가왔다. 삼각대를 받쳐놓고 열중하는데 감사하게도 지팡이를 집고 올라가는 노인이 등장. 풍경은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가야 제맛이다. 이 기다림, 이런 만남은 기다림이 있었음이 틀림없다. 여명이 멀리 블루톤을 남기고 가로등의 색감과 대비되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노출을 맞추기위해 삼각대를 폈다. 애물단지가 효도를 한 순간이었으며 이 여행에서 최고의 순간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습한 기운과 더불어 산동네의 모기들은 나의 다리를 초토화시켜놓았다. 나중에서야 알았다. 이런 열공을 봤나.

태종사로 들어가는 입구, 누군가 먼저 걸어간다. 연등은 사람들에게 길을 인도하고 있었다. 종교적 정신세계로의 인도와도 닮아 있었다. 태종사의 수국이 손짓한다. 일행 중 한사람이 타사의 정원이라고. 그런 분위기, 맞다. 절 전체를 휩싸고 있는 수국의 자태가 역광이 안개 속에서 그 궤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른 아침 산 너머에서 아침햇살이 겸손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양한  수국의 자태가 어떤 철학적 비유로도 대신할 수 없는 모습으로 신비감을 자아내고 있었다.



태종사를 막 나오자 마자, 물소리가 안개에 뒤엉켜 저음으로 들려왔다. 길가에서 조금 들어간 그곳에는 깊은 산속같은 분위기에다가  습한 기운이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멀리 안개처럼 스물거리며 올라오는 빛깔이 좋았다. 깊은 산 속 우물가에서 아기사슴이 물가에 있을 듯한 ...

파도는 바위를 때렸다. 계속 때렸다. 바위는 소리없이 앉아 있었다. 또 때렸다. 그냥 그렇게 ...

오후 7시 기차를 타야하는 관계로 4시부터 술 한잔! 거나하게 한잔하고 기념촬영. 어떤 사진을 골라야하는 고민에 빠졌다. 괜한 고민이지, 둘다 올리면 되는 것을... 이 사진은  찰나의 미학을 잘 말해주는 사진으로 길이 길이 남을 명 장면이다. 셀프타이머 2초를 놓고  뛰어가면서 점프한 나,  내가 봐도 놀랍다. 때로는 엉거주춤한 사진이 더 재미난다. 이렇게 우리의 무박2일여행은 끝났다. 기억의 저장고에 담아 놓은채...


무박의 부산여행기, 아침의 안개가 여운을 남기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