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백승휴 칼럼/Photo Essay

자연과 자연스러움이라는 것.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집 뜰 끄트머리에 야생화들이 모여서 꽃을 피웠다. 심도를 얕게 찍은 사진 뒤쪽에는 돌탑이 약간 흐릿하게 보인다. 잔디밭에 꽃이라, 그 뒤의 돌탑은 사람의 손길이 닿은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가공된 자연. 자연이란 것이 자생했을때만 자연인지, 자연스러우면 그냥 자연이라고 부르는지. 나는 그 기준을 다른 곳에서 찾고 있었다. 갑자기 '나찾나'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얼굴 사진을 보고 자신의 얼굴이 자연스러우니 부자연스러우니를 논하던 것이 떠오른다. 얼굴의 자연스럽다는 것은 어색함의 반대이다. 표정일 수도 있고, 메이크업 등 꾸밈의 유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메이크업처럼 꾸미는 것 자체를 자연스러움의 유무로 판단지을 수는 없다. 여자들에게 화장은 일상이다. 그래서 화장을 하고 자연스럽다는 것은 화장이 잘 먹었다는 것이고, 표정에서 자연스러움은 그 자체가 자연스럽다기 보다는 자신이 마음에 든다는 표현이다. 정리하자면 사람과 자연은 자연과 자연스러움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

자연과 자연스럽다는 것은 다르다. 자연은 원형이고, 그 자연을 닮은 것을 자연스러움이다. 자연 그대로 존재하고 있는 것은 자연이고 자연을 가장한 인공이 가미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자연처럼 보이는 것을 자연스럽다고 한다. 얼굴에서도 그렇다. 원래 손대지않은 그냥 세안만하고 있는 자체를 자연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나름 꾸미고도 모나지 않아 보이는 것까지를 자연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그런 자연은 없다. 인간의 얼굴은 그렇게 스스로 만들어져왔던 역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은 없고, 자연스러움의 유무만이 존재할 뿐이다. 자연이란 인간의 손을 탔는지 안탔는지를 따진다면 사람의 얼굴에서 자연이 아니다. 단지 자연스러움만이 존재할 뿐이다. 사람의 손에 의해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의 유무를 말하는 것이다.

빛의 대비가 강하지 않은 것으로 봐서 흐린 날씨다. 또 자세히 보면 좌우측의 조명의 대비가 있다. 그늘아래서 흐린 날씨임에 틀림없다. 빛과 그림자, 빛이 있으면 분명 그림자는 존재한다. 미세하기는 하겠지만 무조건 있다. 이런 사진을 보고 하는 말이다. 사진사에게 이미지가 보이면 빛이 있는 것이고 거기에는 반듯이 그림자가 존재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사진은 오른 쪽에서 연한 빛이 다가오고, 마치 윈도우 조명처럼 약하게, 좌측이 그림자구역이다. 잔디밭의 귀퉁이에 화단같은 것이다. 구역은 따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잡풀이 주변에 듬성 듬성 있는 것으로 봐서 자연스럽길 기대하는 누군가의 의도가 담겨있다고 봐야 한다.


자연과 자연스러움이라는 것.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