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선입견이란 게 있다. 선입견은 하나의 프레임과 같아서 생각의 선을 긋곤 한다. 더운 여름 방문에서 느꼈던 지루함이 죽녹원에 대한 생각이었다. 봄이라서 인지 그곳은 나에게 다양한 사유의 공간이었다. 또한 죽마고우를 만난 대나무 숲은 이야기를 풀어가기에 좋았다.
죽녹원 주변에는 볼거리가 많았다. 강 건너를 향해 샷을 누르는 여인의 포스, 그리고 오래 된 대문의 기다림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프레임에 들어온 피사체는 사람이든 사물이든 사유의 장으로 끌어 들인다. 이들은 이 순간을 기다렸던 것이며, 바라봄과 동시에 스스로를 드려내고 있었던 것이다.
여인의 렌즈 속에 담긴 것은 세상임과 동시에 결국은 자신에게로 귀결된다. 주인을 잃어버린 녹슨 대문과 그를 둘러싼 넝쿨의 합창은 세상을 향한 아우성이었다. 이들의 소통은 항상 우리 안에서 이루어진다.
아 두 사진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나무에 사랑을 약속한 표징이나 그림을 그려 자신을 드러낸 것 또한 의지의 표명이자 과시 본능이었다. 대나무의 하트 모양은 둘이 하나임을 약속하는 것이며, 인물화도 그 안에 그려진 사람에 관계를 표현한 것이다. 단지 텍스트와 이미지의 차이일 뿐이다. 이 차이도 인식의 과정에서 이미지로 전환된다.
죽마고우! 사자성어가 예견하 듯, 그곳에서 나는 고향 친구를 만났다. 가족사진을 찍어주는 과정에서 동심을 느낄 수 있었다. 봄 빛 따사로운 곳에 가족들을 세웠다. 그리고 웃는 얼굴의 그들을 찍었다. 봄은 사계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훈훈한 정을 느낄 수 있는 환경에서도 봄은 온다.
담양 죽녹원에서의 봄은 그런 느낌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담양의 죽녹원에서 삶의 지혜를 만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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