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백승휴 칼럼/장소를 만나다

아침마다 새로운 파도가 밀려온다. 서귀포 제니빌.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숙소와 와인. 숙소와 와인을 닮았다? '어안이 벙벙'할 것이다. 와인은 술이지만 바로 전에 먹었던 음식에 대한 잔맛감을 없애 준다. 와인은 새로운 음식의 <그 맛>을 느끼게 해 준다.  <그 맛>은 음식마다 가지고 있는 오리지널 맛을 말한다. 여행에서 숙소도 마찬가지다. 노독을 풀어주고 새로운 아침을 맞게 해준다. 첫느낌, 그 아침의 느낌이 만들어 진다. 아침이 하루를 좌우하 듯,  여행지에서의 잠자리는 특히 중요하다. <그 느낌>은 반복된 경험에 의하여 예상할 순 있지만 확정 지울 순 없다. 다만 확률을 높일 순 있다. 일어나면 파도소리가 들려오고, 이국적인 야자수가 보인다면 <그 느낌>은 어떨까?

잠자리의 흔적은 전날의 기억이다. 침대 표면이 '쭈글' 거리는 걸 보면 얼마나 노곤하게 잘 잤는지 알 수 있다. 엷은 새벽 빛이 창을 타고 들어와 내려 앉는다. 여지 없이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거센 파도소리에 놀라 어디로 도망갔는지 갈메기의 울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태풍이 지난다는 당일 아침, 하늘도 바다도 화나 있다. 야자수 만이 그들의 판결을 우두커니 바라볼 뿐이다. 파도의 포말이 달려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중이다. 구름 사이로 태양이 숨을 고르며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폭풍전야 라더니만, 위기의 상황을 알리기위한 그들의 몸짓이 집요 하기만 하다. 세상이 시끄러워도 여행자의 하루는 다시 시작된다. 그 시작을 제니빌에서 시작된다. 방안으로 들어와 알찬 하루를 다짐한다.

아침마다 새로운 파도가 밀려온다. 서귀포 제니빌.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