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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관련/백작가의 '작가만들기'교실

사람도 풍경이다. 사람이 풍경을 살린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감동을 주는 풍경이란 어떤 풍경을 말하는 걸까? 완벽한 구도를 비롯한 미학을 겸비한 것일까, 첫눈에 확 들어오는 이미지일까? 아무튼 일상적인 이미지보다는 낯선 이미지가 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사실일게다. 동네 어귀나 골목을 걸어가다보면 그 풍경에 매료되어 셔터를 눌러대곤 하는 나를 접한다. 뻔한 풍경 속에 사람이 어떤 모습으로 어우러지느냐에 따라서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인물사진가인 나는 풍경을 아름답게 찍어내는데는 인물사진만 못하다. 물론 의인화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소통하는것이라면 몰라도.

청산도에 갔을때의 일이다. 떡하니 마을 입구를 막고 있는 넓은 돌담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동료 중에 한명이 발빠르게 카메라를 들고 담벼락 쪽으로 달려간다. 그 광경을 찍어 놓고 보니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냥 돌담이었을거란 생각이 앞선다. 살금 살금 다가가 그림 속에 담기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사람이 자연의 일부가 되니 자연은 또 다른 영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바닥과 닮은 바지, 웃도리를 닮은 보라색 대문이 그녀를 기다리기라도 한듯 반긴다.

여자는 실용적으로 카메라를 구입하고, 남자는 가치와 폼으로 카메라를 구입한다. 농담같지만 사실이다. 나는 둘 다 가지고 다닌다. 마음먹으면 대형카메라를, 일상을 찍으려면 똑딱이를 이용한다. 그런데 작품이란 마음먹으면 찍고 그렇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것이 아니기에 이런 나의 행동도 어폐가 있다. 녹색의 풀밭과 마을에 지붕들이 잘 어울어져 사진을 찍는 이가 자연의 일부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비가 쏟아졌다는 흔적이 바닥을 적셨다. 해는 서쪽으로 넘어가고, 사냥꾼이 먹이를 찾아 해매듯 태양을 향해 셔터를 누르고 있다. 마치 포수의 자세를 하고서. 카메라로 찍다라는 말이나 총으로 쏜다라는 말이나, 영어로는 "shot"이다. 이미지를 잡든지 사냥감을 쏘든지 같은 행위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에는 snapshot이란 단어가 있다. 총을 조준하여 쏘는 것이나, 사진으로 포커스를 맞추는 것 또한 그 순간을 잡아내는 것이니 같은 맥락임에 틀림없다.

바위 반, 바다 반이다. 별거 없다. 그러나 중간에 사진찍는 사람이 있음으로 이 사진은 살아나고 있다. 이른 아침 바다 멀리 해무와 구름이 번갈아 화면을 채우고 있다. 사람이 육지와 바다를 중재하는 듯한 느낌이 푸근하게 만들어내고 있다. 풍경속에 사람이 포함되어 전체가 살아나고 있다.


아이들처럼 바닷가에서 비오는 날 장난을 치고 있다. 누가 누구와 이런 장난을 하고 있는지 확실하게 보여지는 것은 그 기억을 되살리는데 긍정적이다. 그러나 멀리 작게 보이는 이미지는 촬영자가 멀리에서 캔디드 사진처럼 숨어서 찍은 사진이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 내용을 설정해놓고 풀어놓는 것같은 느낌을 준다. 많은 이야기들이 이 화면에서 생성되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자연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사진가의 프레임은 그 이야기를 그 안에 넣어두고 각기 다른 말들을 해댄다. 언제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앨범 속에 담긴 사진을 꺼낸다. 그때 그곳을 찾아가기위한 2차원과 3차원의 변환이 시작된다. 아마도 우리의 영상은 그것을 4차원의 세계라 칭할수도 있다. 차원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한 장의 사진으로 우리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