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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2014년 코엑스 P&I전시장을 찾아서.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삼성동에는 코엑스가 있다. 그 지하에는 매일 다른 세상이 분주하다. 1층에는 대형전시장있으며, 그곳에는 다양한 전시들이 이뤄진다. 해마다 4월이면, 그곳에는 사진관련 전시가 이루어져 사진가들의 발길이 바쁘다. 전시란 보여주기위한 명료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사진작가는 작품을 보며주고, 메이커들은 자신을 물건을 보여준다. 메인 상품을 보여주기에 다양한 메케팅을 구사한다. 작가가 자신의 스타일을 보여 주듯이.

날씬한 모델들이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다. 카메라의 성능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단지 카메라 맨들의 찍을 소재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모델들은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즐기는 듯했다. 직업을 즐기며 보상을 받는 것보다 좋은 직업도 없다. 아쉬운 점은 모델들의 이미지가 어떤 연유인지 비슷한 외모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흐뭇한 표정으로 셔터를 누르거나, 그냥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장난이 아니다.

체험 마케팅. 자신감으로 고객에게 성능을 자랑하고 있다. 써보고, 구매는 자신만의 방식한다. 사진작품은 정신으로 평가하지만, 공산품은 싼게 최고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B홀이 있었다. 부스마다 개인 작가의 작품들의 전시되고 있었다.  조용히 앉아서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는 작가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부스와는 달랐다. 도록이나 브로셔가 놓여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작가만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정감이 갔다. 인터뷰의 목적은 아니었지만,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의 공감하는 대화를 원했다. 파도에 대한 그의 의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양한 얼굴처럼 다르게 다가오는 변화무쌍한 파도를 표현했다고 말했다. 극명한 표현이 눈에 띄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속성과 집요함으로 자신의 생각을 투영한 작가의 작품에 한표를 줬다. 오랜 시간 사진을 찍은 작가였으며, 겸손한 말투에서 깊이 있는 작품임을 인식할 수 있는 즐거운 만남이었다.

걸출한 작가들의 부스였다. 몽환적, 불확실성이 가미된, 그리고 환영을 찍어낸 사진들이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 임팩트한 표현 기법은 오랜 기간 자신만의 표현방식에 대한 수련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작품에는 제목이 붙는다. 물론 무제가 제목인 작품도 있지만, 작가의 의도를 표현한 텍스트가 그의 내공을 짐작하게 한다. 1차원적인 언어로는 언어적 유희를 통한 관자와이 소통은 어렵다. 생각의 흔적이 작가의 의도를 더욱 무게감을 실어주고 있었다.

명품, 라이카 전시장에는 신분증을 맡겨야 했다. 조건부 입장이었다. 군말없이 어떤 작품들이 전시되었을까를 기대하며 여기저기 찍어대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오래된 작품과 오래된 라이카 기종이 전시되어 있었다. 끈적거리듯 손때 묻은 카메라들이 시대상을 반영하는 듯했다. 주인의 고뇌가 카메라의 표면에 생긴 흔적들로 짐작할  수 있었다. 사진은 카메라에 의해서 완성도를 달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차이를 인식하는 작가의 섬세함에 의해 선택되어왔던 카메라가 아니었나 싶다.

문화는 하루 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누구나 전시할 수 있는 곳, 자신을 선보이는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작가들의 생각을 훔치고 있었다. 이제 좀더 대중과 가까운 곳에서 더 많은 소통이 이뤄지길 바랄 뿐이다.

한 작가의 표현 방식의 차별화가 보이는 부스였다. 나무에 하얀색 천을 대고 그 나무를 증명사진이라도 찍는 듯한 기법을 하고 있었다. 작은 프레임 속에는 그것을 찍어내기위한 작가의 수고스러움, 그 과정이 찍혀 있었다. 생각이 사진을 찍는다는 원리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전시관이었다. 누구나 찍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아무나 할 수 없음이다.

전시장의 작품들을 관람하고 아쉬운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물건을 파는 곳에 작품을 전시하는 기법은 고급 마케팅중에 하나이다. 돈세탁을 하는 것이다. 돈냄새를 조금이라도 없애려는 목적이라고 해야하나. 비웃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이뤄지는 적과의 동침이니 말이다. 작가들의 작품은 그가 얼마나 집요하고 고단하게 찍어낸 사진인가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화려하고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에 급급한 사진들이 많았다. 물론 그것 또한 그들만의 세계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한 장의 사진과 더불어 한 목소리를 내는 한 작가의 사진은 메시지가 극명하게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보여지는 이면의 다양한 이야기를 내포하는 사진이길, 작가가 말하지 않아도 다양한 해석을 해내며 브레인 스토밍을 할 수 있는 사진이어야 한다. 나는 강의장에서 더욱 강하게, 자신의 생각을 투영하고, 자신의 존재를 찾으려는 의욕을 담은 사진으로 더 많은 이들과 공감하는 사진을 찍으라고 자신있게 말해야겠다는 생각한 하루였다.


2014년 코엑스 P&I전시장을 찾아서.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