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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기차여행 2탄, 순천 아랫장에서 사람을 바라보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여행은 우연에 우연이 만들어낸 꼬리물기의 향연이다. 연구를 하다보면 책의 끄트머리에 참고문헌의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 여행, 특히 기차여행은 그런듯하다. 역에서 다른 기차로 갈아타다보면 짜투리 시간이 남는다. 카메라는 그 시간마져도 놓치지 않는다. 전주에서 부산을 가는 길, 순천에서 부전역으로 가던 도중 1시간 30분이 남았다. 우리는 시장으로 향했다. 

순천역 건너 과일가게가 즐비한 곳을 지나, 양파와 대파를 겹겹이 쌓아 놓고 팔고 있는 상점앞을 지나면서 녹색의 신선함이 발목을 잡았다. 사진을 찍고 말을 걸었다. 부부시냐고 물으니 아니라고, 남동생이라했다. 이 얼마나 정겨운 이야기인가? 대화를 나누는 도중 동료가 발길을 재촉한다. 뚝방길 따라 올라가다가 다리 건너면 5일장이 선다고. 장의 이름은 아랫장이라고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은 일이 꼬여서 잘못 되어간다는 뜻이다. 이 상황에는 가는 날이 장날이지만, '왠 떡이냐?'가 어울릴 것이다.

아낙이 뚝방길을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행색을 보아하니 장을 보러 가는 게 분명했다. 양산을 쓰고, 장을 보고 짐을 넣을 것을 끌고 가고 있었다. 장이 서고 있음을 암시하는 아낙의 발걸믐이 반가웠다. 소설속의 암시, 복선과 같은 것들이었다. 우리는 그 아낙을 따라갔다.

아랫장은 달랐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물건을 사는 것도 아니다. 일대일 거래였다. 1인 기업. 서로 거래하는 것은 물건이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따스한 정이 거래되고 있었다. 단골들인지 물건을 팔기 전에 먼저 눈인사가 오고 갔다. 

동업자처럼 보이나, 따로 따로다. 상도를 지키는 것이다. 호객행위는 없다. 올 사람이 온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장이 서고 있었다. 자기 텃밭에서 재배한 상추, 오이, 당근 그리고 과일들까지도 그렇다. 물건이 많지 않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다  팔리면 파장이다. 

순천은 마늘이라 했다. 장날 입구에서도, 중간 중간 마늘이 쌓여 있다.다. 빛깔 좋은 물건들이 구매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간판에 보이는 국밥과 농약과 씨앗가게가 농촌의 정서와 장날의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고무줄 장사다. 누가 사갈까 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서너줄씩 사간다. 바닦에 깔아 놓고 장사를 한다. 따로 자리를 잡을 필요도 없다. 그냥 놓고 팔지 않는다. 액션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긴 줄을 바닦에다 '탁탁' 친다. 그러면서 그 소리와 모습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마치 엿장사의 가윗소리에 맞춰서 춤을 추고 노래하는 것과 매 한가지인듯 했다.
여행은 우연히 만난 장면들이 선물처럼 다가온다. 카메라는 그 장면들을 포착하느라 분주하다. 기억이 추억을 만들 듯, 사진은 찍히면서 역사의 한 장면으로 정립된다.


기차여행 2탄, 순천 아랫장에서 사람을 바라보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