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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전주 한옥집, 동락원에서의 하룻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먹거리와 볼거리, 그리고 편안한 잠자리! 여행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에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여행에서 이 모두를 갖춘 곳을 추천하라면 자신있게  '전주 한옥마을'이라고 하겠다. 그 자신감은 체험에서 온 것이며, 올해만 3번이나 다녀왔다. 그 중, 두번은 기차여행에서 거쳐가는 하룻밤으로 선택했다.

한옥마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조선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간 느낌. 우리가 묶을 곳은 어디쯤? 이 사진을 와이드렌즈로 찍었더라면 왜곡되었을 것이다. 35mm 화각이 세로로 4번이나 찍은 사진을 연결한 것이다. 나의 위치를 알리기위해 앞 부분에 두그루의 나무를 걸어 찍었다. 멀리 보이는 고층건물이 과거와 현재의 공존함을 보여주고 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계획하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여럿이 움직일때는 예외다. 혼자만의 느낌을 찾기 위해 동료들의 불편함을 감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락원, 우리가 묶었던 곳이다. '이리 오너라!'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나으리!' 하며 어서 오시라고 마중 나오는 마당쇠의 음성은 간 곳 없고, 바쁘게 움직이는 주인 아주머니의 눈길만이 우리를 맞았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었다. 현실의 떠나기위해 환영을 찾았다. 반영된 그 어딘가에서 과거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했다. 머슴들이 마당을 쓸고 있고, 잔치라도 준비하는 듯 한쪽에서는 떡을 치고 있다. 곤방대를 물로 뒷짐을 진 주인양반이 이리저리 어슬렁 거리고 있다. 글읽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 그럼 이곳은 어디였단 말인가?

툇마루에는 '동락원'이라고 쓴 나무토막이 누워 있었다. 손님을 기다리는 듯 했다.

마당에는 연못이, 그 안에는 잉어들이 노닐고 있었다. 일행은 기념컷을 남기기 위한 포즈를 취했다. 첫날밤의 의미에는 설렘이 담긴다. 우리는 그렇게 설레는 밤을 준비하며, 먹거리와 볼거리를 위해 마을로 나섰다.

대문을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전경들이다. 먼저 온 여행객들이 비맞은 우산을 말리고 있었다. 신발과 우산이 짝을 이룬듯했다. 난간에 앉아 먼 하늘을 바라보는 한 사람은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듯했다. 비가 내렸고, 이때는 그쳤다. 그럴 때가 사진찍기에 딱이다.

장독대에서 일하는 종가집 며느리의 손길이 느껴졌다. 나는 감성적 인간인지라, 그곳이 어떤 곳이었는지 묻지 않았다. 단지 우리는 편안한 잠자리가 필요했고, 그렇게 하룻밤을 보냈다. 여유로움이 느껴졌고, 미리 알아서 척척 준비해주는 주인 아주머니의 눈길은 정겨웠다. 장독대에 핀 꽃이 여인의 향기를 대신하고 있었다. 

햇사과가 익어 가고 있었다. 담장 너머로 보이는 모습과 담장에 올라 앉은 나뭇잎이 풍성한 우리들을 마음 같았다.

정원이 예술이었다. 누가 정돈하고 만들었는지는 모르나 대단한 실력가 임에 틀림없었다. 물방울을 머금은 풀잎들이 활기차다. 수다를 떨고 있는 것처럼 옹기종기 모여앉아 있었다. 녹음의 정원과 다시 또 내릴 듯한  빗방울을 연상시키는 하늘 색이 멋지다. 담장을 휘감은 덩쿨이 운치 있었고,  봉숭아 꽃잎이 처녀들을 기다리며 미소 짓고 있었다.  

우리는 이렇게 동락원에서의 하루를 보냈다. 사진을 볼때마다 일행들과 함께 했던 그날을 잊지 못할 것이다. 비를 맞으며 찾았던 한정식 집에서 허탕치고, 그곳에서 소개해준 시장통 밥집에서 마셨던 막걸리가 풍류를 읊었던 선비들의 음율을 떠올리게 했다. 그렇게 동락원은 기억의 창고에 담겼다.


전주 한옥집, 동락원에서의 하룻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