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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서울시내 출사, 낙산공원과 이화마음을 거쳐 동대문 DDP까지.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유행은 낯선 것에 대한 호의다. 호들갑으로 시작하나 그 뒤는 서서히 소원해 진다. 사람들은 권태처럼 익숙한 것에 지겨워하며 낯선 것들을 찾아 세상을 맴돈다. 나는 사진 찍기를 '익숙한 것에서 낯선 것들을 찾아내는 일'이라고 본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에서 그것을 찾고자 했다.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곳 중에 한강과 남산이 있다. 그런데 우리 중에는 남산타워 한번 가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안 가본 곳이 없는 듯하지만 서울 곳곳을 찾아보면 매우 흥미진진하다. 

2014년 7월 30일, 이화벽화마을과 낙산공원을 거쳐 우리는 동대문 DDP를 공격했다.

대학로에서 이화마을을 향하는 길목에서 만난 풍경이다. 벽면에 디자인한 선들의 자태가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 뭉게 구름은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게 해 주었다.

다른 세상처럼, 언덕위에 마을이 보였다.

줄을 서서 천사의 날개 짓을 취하고 있었다. 자신이 서 있는 이 사진을 보며 그들은 진정 천사의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전깃줄이 서민들의 애환처럼 느껴졌다. 계단에 그려진 꽃 위에 앉아 있는 여대생들을 모델로 사진을 찍고 있는 진사들의 모습이 열정적으로 보인다.

벽에는 그림과 글씨, 그리고 디자인된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주민으로 보이는 아주머니는 시끄럽다고 했다. 전부 좋을 수는 없다. 꼭대기에 위치한 상점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인생이 그렇듯, 각자 자신의 관심사에 빠져 있다. 다름을 인정하면 모두가 즐겁다. 나의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할 수 없음처럼.

서울을 두르고 있는 성곽들이 친근하다. 담장너머로 보이는 뭉게 구름이 찜통 더위를 위로 하고 있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했다. 사우나를 방불케하는 날씨가 마음을 비우니 나쁘지 않았다. 뚝뚝 떨어지는 땀이 등성이를 오르게 하는 에너지원이었다. 즐겨라, 그러면 즐거워진다. 웃어라, 그리하면 웃을 일이 생긴다. 진리다.

낙산 공원에서 버스로 동대문을 향했다. 차에서 내려, 목적지로 향하는 도중에 청계천이 있었다. 더위를 피해 사람들은 물가에 앉아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미녀는 가는 곳마다 나를 바라보며 유혹하고 있었다. 과연, 나의 매력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비행접시가 보였다. 공기의 저항을 피하기 위해 유선형으로 만들어 진 듯 했다. 지금 출발하려는 것인가, 멀리 우주에서 내려와 안착을 시도하고 있는 것일까를 생각하는 사이 사람들은 탑승하기 시작했다.


비행접시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푸른 안개같은 것들이 깔려 앞으로 걸어가기가 두려웠다. 이리하여 한나절 동안 이화벽화마을, 낙산공원, 그리고 동대문의 DDP를 접수했다. 지나가며 봤던 것과는 달리, 꼼꼼하게 한 컷 한 컷을 담아낸 사진에서 깔끔하게 정리되는 듯했다. 다음은 어디를 공격할지 생각하니 설렌다. 


서울시내 출사, 낙산공원과 이화마음을 거쳐 동대문 DDP까지.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