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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피렌체 첫날, 두오모 성당 cupola에 올라.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피렌체하면  두오모 성당을 빼놓을 수 없다. 피렌체의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위대한 특히 그들에겐 더욱 위대한 건축가 브루넬리스키가 완성했던 두오모 성당의 돔.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의 주무대였던 곳이기도 하다. 17세기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은 예술가들이 걸었던 그 길을 걸으며 그들의 환영을 만날 수 있었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그 당시 화가들이 시도했던 원근법, 그것으로 멀리에서 성당을 찍었다. 피렌체는 4-5층 건물들 사이로 난 좁은 길들이 걸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은 가게들이 예쁘게 치장한 것들조차도 예술적이었다. 목적지는 두오모 성당!

  

성당외벽을 치장한 대리석의 오묘함에 무릎을 꿇지 않을 수가 없었다. 35mm렌즈로는 한번에 넣을 수가 없어서 포토샵의 연결 프로그램에 의존해야 했다. 성당이 보이는 카페에 앉아 이탈리안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셨다. 달콤한 뒷맛이 예술의 도시를 여행자들에게 더욱 감성을 불러 일으키는 듯했다.

 Cupola에 오르는 계단벽에는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존재에 대한 욕구는 세계 어디든 같았다. 인간의 욕구는 지역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본능인 듯 하다. 중간 어딘가에 한글도 눈에 띄었다.

돔이 올라가면서 브루넬리스키가 직접 쌓아 올렸다는 경사가 지는 부분에 벽돌이 쌓아진 방식이 특별했다. 이 부분이 바로 5년여의 시간을 조각가 도나텔로와 함께 로마의 건축물을 뒤지며 찾아낸 결실이기도 했다. 벽돌도 자신이 디자인 한대로 굽고, 중요한 부분은 직접 개입을 했던 한 예술가의 열정에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숨가쁜 계단의 경사와 높이에도 불구하고 그가 완성하게 된 그 과정을 떠올리는 조금도 힘겹지 않았다.

 

 가파른 계단이 정상을 향한 의지를 더욱 굳게 다지게 했다.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아내가 사준 노랑색 잠바가 눈에 띄었다. 여행지에서 동료를 잊어버리지 않는 방법 중에 내 옷이라도 튀게 입어서 동료가 나를 찾아주기를 기대해야 한다. 그래서 여행의상은 원색을 강추한다.

아침의 향기가 신선했다. 이마에 흐른 땀이 순식간에 식었다. 피렌체 도심이 한눈에 들어왔다. 살짝 끼인 안개가 멀리보이는 전경을 신비롭게 보여주고 있었다. 영화의 연인들로 분한 두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났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이라도 하듯 정겨운 눈빛을 교환하고 있었다. cupola에서 대한민국의 청년을 만났다. 불굴의 의지가 보였다. 90일간의 유럽여행을 왔고, 그날 하루는 <냉정과 열정사이>를 떠올리며 그곳에서 머물 작정이라고 했다. 우리는 내려왔지만 그 청년은 영화속 주인공의 감정을 느끼고 왔으리란 상상과 기대를 해본다.

땅거미가 짙어갈 무렵, 길거리 예술가들이 그려놓은 작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르네상스의 발원지, 피렌체 예술가의 후예답게 보였다. 

골목마다 밤이되자 치장하기 시작했다. 각각 다른 모양이었다. 강렬한, 때로는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렇게 밤은 깊었다. 아리안족의 얼굴은 몽골리안족의 얼굴과 다르게 눈과 코가 크다. 눈에 확 들어왔고, 함께 가면서  미술사를 설명하던 교수의 시선이 절반은 지나가는 여자들에게로 옮겨가고 있었다. 나도 덩달아 그쪽으로 시선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사진은 찍지 않았다. 그냥 마음 속에 담았다. 

피렌체 첫날, 예술의 혼을 찾아 두오모성당주변을 배회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