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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관련/백작가의 '작가만들기'교실

작가의 의도는 선택과 집중, 몰입이라는 치유로 가는 길.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원래 사진찍기는 대화이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자, 듣어주는 것이다. 여럿이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며, 혼자라면 자신을 만나는 것이다. 이것이 사진 찍기의 개념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공감하는 메시지가 있다. 방대한 분량의 정보가 쏟아지는 일상에서 선택과 집중의 문제는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 다 내려 놓고 하나만 골라내는 것이다. 소근거리지 말고 큰 소리로 짭게 말하는 것이다. 사진 찍기도 마찬가지다.

바다에 가면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새의 깃털이 그물에 걸려있고, 바람에 그물이 불룩 나온 배처럼 보인다. 두개를 하나의 키워드로 묶는 것이 중요하다. 한장과 두장은 배수의 문제가 아니다. 집요하게 달라드는 것이자 그 공통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몇배의 어려움이 따른다. 공통 키워드를 찾아 집요하게 말을 거다. 그물이 깃털을 붙잡아 놓고 말을 거는 것이고, 지나가는 바람과 맞서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는 시작된다.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는 건 의미부여이다. 의미부여 속에 꽃이 내게로 다가오는 것이다. 


종을 치는 아이들의 모습이 화면 전체를 메운다.  TV 광고에 나왔던 학교이다. 제주도 더럭분교! 어른들이 교정에서 그림자 놀이를 하고 있다. 어른과 그림자 놀이! 이 놀이는 하는 순간, 어른은 어른이 아니다. 아이가 된다. 더럭 분교에 가면 무지개로 색칠해 놨다. 어른들의 어린 시절 키워던 무지개 꿈이 이곳에서 피어나는 것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어른이 아니라 아이가 되어 흥겨운 놀이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말이다. 말은 낳으면 제주도로 보내야 한다고 했다. 제주도에서 말에게 말을 걸었다. 아재개그보다는 수준이 조금 높다. 말의 생각, 의지, 그리고 대화가 담긴 사진들이다. 말에 집중하고 있다. 바람, 돌, 여자가 많은 제주에서 말에게 말을 걸었다. 말이 실제로 사람이 다가가면 큰 눈을  끔먹거리며 뒷걸음치다가 따라오고, 따라오다가 뒷걸음치며 뛰어다니기도 하면서 말을 건다. 말에게 말을 걸 든, 말이 말을 걸어오든 말과 말을 나눈다는 것은 사실이다. 말에게 말을 걸다!

서해안에 가면 갯벌이 넓다. 서해바다의 매력이다. 볼음도의 갯벌은 드넓기로 유명하다. 조개도 잘 잡힌다. 물이 쭉 빠진 갯벌의 끄트머리엔 그 너머에 외딴 섬들이 보인다. 엎드리거나 삐딱하게 몸을 기울이고 사진을 찍으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물이 빠지는 물길너머로 언덕이 하나 세워져 있다. 납짝 엎드리면 그 너머의 섬이 사라진다. 고개을 쭈욱 빼고 바라보면 잘 보이던 것들이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이상하기 그지없다. 바다와 섬을 묘사하며 재미난 놀이를 한다. 섬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제안을 담은 것이다. 섬에 대한 생각.

사진은 놀이이다. 사진에서의 선택과 집중은 몰입을 준다. 몰입이야말로 치유의 우선 순위이다. 몰입하는 동안 그 누구도 끼어들지 못하는 자기와의 대화가 이뤄진다. 나를 만나는 시간, 그건 치유의 시작과 끝이다.

작가의 의도는 선택과 집중, 몰입이라는 치유로 가는 길.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